응암동성당 게시판

재미있는 이야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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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종 [belmann] 쪽지 캡슐

2001-06-16 ㅣ No.1797

어릴적 주일학교 친구들중엔 악동들이 많았다

우리의 취미중 하나는 교리시간에 떠들기였는데

그날은 기회가 좋았다

늘 무섭던 여선생님이 아프셔서 순둥이 남선생님이 교리를 맡았다

우리는 거침없이 교리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모두 조용히 하고 눈감아" 선생님의 호통에 우리는 조용해졌고

오랜시간동안 선생님은 평소에 없던 화난 목소리로 우리를 꾸짖었다

미안하셨는지 한 친구를 시켜서 무언가를 사오게 하셨고

우리는 초코파이를 먹으며 왜그렇게 눈물을 흘렸던지...

 

세월이 흘러 나는 주일학교 교사가 되었고

우리반 아이들도 예전의 우리처럼 악동이 많았다

하루는 교리를 하는데 역시 아수라장이었다

나는 무심결에 "모두 조용히하고 눈감아"라고 고함쳤다

눈감고 앉은 아이들을 바라보며 옛 생각이 났다

순간 나도 아이들에게 추억거릴 줘야겠다고 결심했다

한바탕 호통을 치고 한아이를 시켜 과자를 사오게했다

과자를 시끌벅쩍 먹어치운 아이들은 마침기도를 하는둥 마는둥

교실을 빠져나갔고 나는 떨어진 과자봉지를 주우며 실망했다

교실을 나서는데 모범생인 바오로가 눈망울이 촉촉해져서

선생님 하고 부르며 따라왔다

그래 바오로는 내마음을 알아주는구나 나는 속으로 흐뭇했다

그러나 그아이의 한마디는

"선생님, 다음엔 뭘 사주실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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