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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협의] "좋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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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churius] 쪽지 캡슐

2000-03-26 ㅣ No.2421

오늘, 화사했던 일요일 하루도 가고 있네요.

따스한 햇살이 봄을 알리는 어느 꽃집의 꽃들을 비추이는 장면이

영화속의 한장면처럼 떠오르네요.

오늘 하루 어떠셨어요?

저는, 오늘 날씨로 인해 참 행복했었던 하루가 아니었나 싶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날씨였거든요.

이제 완연한 봄이 된거죠?

4月, 5月...

앞으로 더욱더 따스한 햇살들을 받으며 눈을감고 하늘로 떠오르는

상상을 해봅니다. 그렇게 눈을 감고 생각해보면 정말로 행복해집니다.

 

 

 

                      

 

 

여러분은 ’이금희의 가요산책’이란 라디오프로를 아시는지요?

조금은 유행이지난 가요를 선곡해서 들려주는 프로이지요.

386,486세대 혹은 더지난 세대가 듣기에 좋은 노래만을 들려준답니다.

 

그날도!

 

여느때와 다름없이 그프로를 듣고 있는디,

우연히 차안에서 들었던 노래!

...

저는 멍하니 그노래소리에 빠져버리고,노래가 끝날때까지

움직일수가 없었습니다.

간식으로 김밥사러 갔다가 아주머니가 김밥다됐다고 외쳐대는 소리도

듣지못한채..

저는 계속 멍~하니...

노래는 끝이나고 누가 부르는 노래인지,제목이 뭔지 너무 궁금해서

이제나 나오려나 저제나 나오려나 누구누구의 뭔노래다 라는 말을 듣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는데,또 저쪽 한편에서는 김밥아주머니가 김밥다됐다고

그만 가져가라고 계속 버럭 소리를 질러대고 있는데..

야속한 이금희氏는 노래제목은 커녕 다음노래를 틀고 있었당...

 

이즈음하면 참을만큼 참았던 나의 불같은 열정이 시작되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그날저녁에 바로 태어나서 처음으로 음악신청이란것을 해보았다.

인터넷으로 사연을 띄웠는데 다음날 방송으로 나올지 안나올지는 모를일이었다.

 

다음날...

 

여느때와 다름없이 그프로를 듣고 있는디,

한곡이 흐르고,두곡이 흐르고,세곡이 흐르고..

암튼 마구 흐르고..

내가 신청한 노래와 사연은 역시 안나오는구나..

그렇게 체념한체로 일을 하고 있던 찰나!

저 멀리서 아련하게 들려오는 이금희氏의 평안한 음성!

 

"다음사연은 인터넷으로 신청하신 김상철씨의..."

 

"앗!" 드디어 나왔다! 야호! 모두들 조용히해! 모두들 조용히해!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갑작스런 나의 행동에 주위 동료들이 순간 깜짝놀라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아이구 참 미안하다.)

 나의 호들갑스런 행동과 목소리에 너무 흥분한 나머지,

"새바람이 부는 그늘에" 란 그녀의 목소리만 들었을뿐

그만 또 놓쳐버리고 말았다.

노래는 어제 나간 노래여서 아마도 오늘또 틀어주기가 곤란했나 보다.

 

"새바람이 부는 그늘에"    

 

무슨 범죄사건의 하나남은 수수께끼처럼 달랑 알수없는 문장하나만 갖고

노래를 찾을수 있을런지 다시 깜깜하기만 했다.

또 너무 호들갑스런 분위기였기 때문에 내가 잘들었는지조차도 모를일이었다.

 

아~

 

그냥 잊어버릴까?

 

주위엔 음악하곤 담싼 사람들 투성이라 그들에게 말한들 건질것 하나 없을것 같고...

 

이즈음하면 참을만큼 참았던 나의 열받으면 뒤집어없는 성격이 드러나기에

거침이 없었다.

난 우선, 컴퓨터먼저 뒤집어 없기로 맘먹었다.

하루종일 컴퓨터만 만질수는 없는 나의 일때문에 틈나는 대로 인터넷을 뒤졌다.

이리 흘쳐보고 저리 흘쳐보고..

성과는 말할나위 없이 없었다.

으~ ’새바람이 부는 그늘에’라...

나의 뇌리는 며칠동안 그 알수없는 문장하나만이 전부였던것같다.

형사 콜롬보처럼 몇번을 입으로 되새기며...

 

오늘따라 뒤게 길죠? 히~ 길어도 읽어봐요~ 해피로 엔딩하니까..

고생끝에 낙이 온다는것이 오늘의 주제랄까?

 

노래가사와 제목을 신청하면 띄워주는 어떤이의 홈페이지에 우연히 들어가게 되었다. 그곳에도 물론 없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얼굴도 모르는 이에게

부탁을 하게 되었다. 혹 구해줄수 있냐고..

메일이 다음날 왔지만 자기도 모르겠다는 답신만 올뿐 역시나 성과가 없었다.

그렇지만 그에게 감사하다. 작은것도 소중히 여기고 나에게 메일을 보내줄지는

정말이지 몰랐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어쩔수 없이 발로 뛰는 수밖에 없었다.

조금일찍 퇴근한 어느날 종로판을 쥐잡듯이 뒤졌지만,

역시나 ’새바람이 부는 그늘에’를 아는 레코드가게 종업원은 아무도 없었다.

랑현랑아나 GOD는 알아도, 90년도에 나온 ’새바람이 부는 그늘에’를 아는 사람은 정말이지 아무도 없었다.

 

다음날도 역시 인터넷으로 찾아보는데..

예전의 노래만을 모아두고 감상할수 있도록 하는 어떤이의 홈페이지에

우연히 들어가게 되었다.

그곳에 있었다!

행운이었다!

 

’새바람이 부는 그늘’의 ’좋은날’

 

이제 앨범만 구하면 된다!

난 그음반이 90년대에 나온것을 생각해서 아마도 오래된LP와 테잎은

청계천 벼룩시장에서는 구할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어제 저녁늦게 그곳을 찾았다.

 

더욱더 황당한 것은 17년째 그곳을 운영한다는 아저씨도

그런 이름은 처음 들어본다며 없다고 가라는 식으로 말을 하는것이었다.

 

아니~ 있는것이 왜 없냐고~

 

17년째만 하면 알음반은 다알고있다는 식으로 말하는 그아저씨의 은근한

장인정신이 도대체가 마음에 안들었다.

 

아무래도 음반은 구하기가 어려울듯 싶었다.

그곳조차도 없었으니...

 

십리를 헤메었을까? 십년이 지나버렸을까?

그노래와 제목과 음반을 찾아헤메이는데 소비된 나의 시간이...

 

정말로 마지막이다라고 생각하고 들린 레코드가게!

그곳에 있었다!

장위동고개에 위치한 그레코드가게!

오래전에 기타를 치셨다는 가게주인인 하얀수염까지 멋있게 기르신 그분은

’새바람이 부는 그늘’을 알고 계셨다.

참~ 얼마나 반가웠던지... 흑흑~

 

아무튼 어떤이는 무슨 잠잘때듣는 음악이라며 비난하는 이도 있고,

뭐가 이래? 하며 아예 ’카트’ 하는 이도 있다.

아무래도 난 좋다. 테크노와 댄스음악이 전부인 요즘에

개인적인 성향과 취향이 같을수는 없으니..

중요한건 난,

내가 찾고자 하는것을 찾았고,

내가 얻고자 하는것을 얻었다.

그것이 지금 말하고자 하는 전부다.

여러분도 한번 노래를 들어보세요.

그중에는 이노래를 한번쯤은 들어보신분들도 있을테고,

또 잘알고계신분도 계시겠죠?

 

제가방에는 오늘 구입한 그테잎이 있지요.

저는 오늘밤 아마도 잠을 청하면서 한번더 들을것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봄과 밤의 조화가 아름다운 시간입니다.

저기 멀리 창4동에서 김상철氏가 고생끝에 얻은 음악이라며  

이음악을 신청해 주셨습니다.

자,그럼 감상해보시죠~"

 

"새바람이 오는 그늘"의

 

"좋은날"

첨부파일: saevaram.ram(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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