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원동성당 게시판

새로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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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웅 [mathias] 쪽지 캡슐

2004-01-02 ㅣ No.2823

하상 복지관 시무식 미사

새로운 시작

 

+ 찬미 예수님

 

첫 번째 이야기. 사제들이 입는 치마와 같은 긴 옷이 있습니다. 그옷을 수단이라고 하는데요 그 수단에는 기본 21개의 단추가 달려 있습니다. 키가 조금 더 크면 22개 거기에서 조금 더 크면 23개까지의 단추가 달려있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저의 수단에는 몇 개의 단추가 있을까요?

 

그래서 이런 수단의 단추를 일일이 채우려면 한 참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렇기에 그 나름대로 사제들이 수단을 입는 노하우가 있는데요. 그 방법으로 수단을 입게 되면 약 10개의 단추만을 채우면 된답니다. 보여드리고 싶지만 교보재가 없어서.

 

그런데 문제는 새벽미사 때입니다. 가뜩이나 졸린 눈을 비비고 간신히 시간을 맞추어 미사에 나가려고 하는데 꼭 그럴 때 수단의 단추가 말성을 피웁니다. 그 이유는 첫단추가 잘못 끼워졌기 때문이죠. 그럴 때면 제 자신이 왜 이리도 어린 아이와 같이 어리석어 보이는지.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면 어떻게 해야 하죠? 다시 다 풀어서 처음부터 다시 깨워야 하겠죠? 아무리 급하다고 실을 바늘 허리에 묶고 쓸 수는 없는 일입니다. 첫단추.

 

두 번째 이야기. 제 컴퓨터의 시동 프로그램은 윈도우 XP입니다. 저는 컴퓨터를 켤 때마다 제 컴퓨터의 어떤 문구를 보고 항상 신선한 마음을 갖습니다. 그 문구가 무엇인지 아십니다. 바로 새로운 시작이라는 문구입니다. 새로운 시작.

 

2004년. 우리는 지금 이 순간 첫 단추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되었습니다. 2003년의 헝클어진 실타래와 잘못 끼워진 단추는 이제 우리에게는 없습니다. 단지 지금 이 순간 현실이 있을 뿐입니다. 그 헝클어진 과거에 집착하거나 그 과거에 미련을 두어서는 절대 안되겠습니다.

 

새로운 시작. 첫단추. 다시 시작하도록 하십시오. 조안리의 23의 사랑, 49의 성공이라는 책을 보면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늘 새로움 속으로의 도전.” 새로움은 분명 두려움일 수 있습니다. 또한 긴장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긴장을 두려워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그 긴장이 바로 우리를 계속 새로움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우리는 신앙인으로서 그 첫단추 그 새로운 시작을 나 혼자만의 힘으로 하리라 생각했다면 이는 커다란 오산입니다. 우리는 나 혼자만이 아닌 그 누구와 함께 그 첫단추를 끼워야 하고 그 누구와 함께 새로운 시작을 하여야 합니다. 그 누구가 누구일까요? 바로 하느님과 함께 바로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입니다.

 

그렇다면 함께 해야 할 그분이 과연 지금 어디에 계신다고 생각하십니까? 함께 해야할 그분을 과연 지금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요? 오늘 복음에서 세례자 요한은 말을 합니다. “당신들이 알지 못하는 사람 한 분이 지금 당신들 가운데 서 계십니다.” 이미 그분은 우리들 안에 우리와 함께 하고 계십니다. 그분의 현존을 우리가 믿고 깨달으려 노력한다면 그분은 이미 우리와 함께 하고 계십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하느님과 함께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2004년 우리의 첫단추. 우리의 새로운 시작을 힘차게 하도록 합시다. 또한 우리는 2004년 한 해를 매일 매 순간 첫단추로 또한 새로운 시작으로 생각하고 늘 살아있는 생동감 있는 삶의 모습으로 살아가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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