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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음동 본당 신부님,수녀님,신자분들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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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희 [freiheitchoi] 쪽지 캡슐

2003-04-01 ㅣ No.2322

†. 주님께 감사

 

안녕하세요, 본당 신부님, 수녀님 그리고 신자 여러분

 

저는 부천시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특수교사로 일하고 있는 최경희(피아)이고, 저희 복지관은 성가소비녀회가 부천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장애인재활기관입니다.

 

오늘 여러분들께 홈페이지를 통해 이렇게 글을 드리게 된 것은 저희 복지관의 노동조합원들이 정릉에 있는 성가소비녀회 본원 앞에서 집회·시위를 하면서 주변에 거주하시는 주민들께 심한 소음과 쓰레기장을 방불케하는 벽보들로 피해를 드리고 있어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아울러 저희 복지관의 상황을 알려드리고 이해와 부탁 말씀을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저희 복지관의 노조는 2001년 10월 23일에 결성되었고, 노조설립 당시 위원장을 포함한 간부들은 “장애인복지서비스의 질 향상”을 위해 노조를 설립한다고 공공연하게 말하였고, 간부들을 제외한 대다수의 직원들은 ‘상조회’에 드는 것 같은 기분으로 노조에 가입하였었습니다.

 

노조는 처음부터 상급단체(민주노총 공공연맹)에 단체협상을 위임하였고, 19차례에 걸쳐 단협을 진행하였으나 자신들의 의견을 무조건 받아들이라는 말만 할 뿐 요구사항에 대한 논리를 펴지는 못했습니다. 자신들의 요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노조는 마침내 쟁의에 돌입하였습니다.

 

그 이후 복지관, 법인, 시에서의 집회와 시위, 고소·고발, 강도 높은 욕설의 벽보 게시, 인신공격 등을 시작하였고, 연일 복지관은 소란과 난잡한 벽보들로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고, 갈수록 “투쟁”, “쟁취”만을 외치며 ‘소란’을 넘어 ‘혼란’에 이르게 되어, 직원들은 심리적 불안과 불안정, 과중한 업무로 하루 하루를 지내며 정상적인 업무를 거의 수행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 외 인터넷 매체를 통해 거짓을 유포하여 복지관의 명예를 심히 손상하였고, 시장, 시의회, 시 공무원, 시민단체 그리고 신부님들까지 까지 ’동원’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장애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중단되고 집회와 파업으로 난장판인 복지관을 보며 이용자와 부모들은 불안해하기도 하고 분개하다가 임시 총부모회를 소집하여 총부모회 결의문을 노조에 전달하였습니다. 부모들은 노조활동을 위해 근무시간을 내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자, 노조는 부모들에게 “이기적”이라며, 복지관 업무방해는 갈수록 강도가 높아만 갔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를 지켜본 몇몇 조합원들이 탈퇴를 하였고, 많은 직원들은 노조의 비이성적인 행동에 분개하며 복지관과 이용자들을 지켜야 한다는 인식을 더욱 굳히게 되었습니다.

지난 주부터 노조는 복지관과 시에서의 집회를 접고 성가소비녀회 정문에서 시위·집회를 하며 수녀님들과 총장수녀님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현재 복지관 직원 71명 중 노조원은 17명이고, 이 중 9명이 170여일 째 파업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직원들은 170여일째 파업직원들의 몫까지 채우며 장애인들에게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제 노조의 주요 요구사항과 그에 대한 저희 복지관의 입장을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1. 근무시간 중 자유로운 유급 조합활동 보장

 

노조는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근무시간 내 자유로운 유급 조합 활동’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노조에서 요구하는 시간을 모두 더하면, 1.5명 정도의 전임자를 두는 시간이 됩니다. 노조는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라고 말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합니다.

 

이 복지관은 장애가 가장 심하고 어려운 대상들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한 명의 지체장애인이 움직이기 위해서는 3-4명의 장정이 붙어야 하는가 하면, 잠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사이에 사라져 버리는 친구들, 호스를 끼고 있거나 1시간 간격으로 가래를 빼내야 하는 아이들도 치료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들의 근로조건 향상이나 외부 상급단체 회의 또는 집회 지원 등을 자유롭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이러한 기관에 근무하는 사람으로서의 자질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그리고 현재 복지관에는 250명 이상 되는 장애인(주로 적시에 치료?교육을 필요로 하는아동)들이 서비스를 받기 위하여 6개월~2년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노조에서는 “다른 곳에서는 근무시간 중 자유로운 노조활동을 보장하는데 왜 이곳에서만 안 되느냐”라고 말하지만, 복지관은 “근무시간은 장애인재활을 위해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예외의 상황에서는 근무시간 내에 하도록 하자”고 하였으나 합의를 보지 못했습니다.

거의 모든 복지관 직원들은 오후 5시30분이 되면 퇴근을 합니다. 자신의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 근무 시간 외에 활동을 하는 것이 왜 어려운지 저는 사실 의문입니다. 조합활동은 근로시간 외에 하는 것이 원칙이고, 근로자는 근로계약에 정해진 근로시간에는 성실히 근로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근로자의 편익을 위해 장애인의 몫을 축내는 일은 용납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노조위원장(특장차기사)이 얼마 전에 민주노동당 부천시 원미갑지구 부위원장이 되었습니다. 그는 어린 노조원들을 앞세워 앞으로 더욱 더 근무시간 내 자유로운 노조활동과 사무실을 요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2. 조합사무실 및 조합활동에 필요한 비품, 집기, 컴퓨터, 통신 및    기기 (직통전화), 관리비 비용 부담

 

공간문제 또한 시간과 같은 맥락에서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일반사업장은 임금이 가장 큰 관건이지만 저희는 ‘시간’과 ‘공간’을 가지고 일을 하는 곳입니다. 보건복지부의 ‘장애인복지사업안내서’에서도 복지관의 모든 시설은 이용자를 위한 서비스 공간으로 활용토록 하면서 복지관 목적 사업에 부합되지 않는 공간활용은 지양하도록 촉구하고 있고, 현재 치료실 공간이 모자라 칸막이를 해서 사용하는 공간들이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요구는 받아들이기 곤란한 요구입니다.

 

노조사무실 관리운영비 문제 또한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이 기관은 일반사업장과는 다릅니다. 복지관의 모든 예산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일정하게 주어지는 사업비에서 노조사무실 운영비가 지원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장애인재활 사업비를 잘라먹어야 한다는 결론입니다. 노조는 자주적인 단체이고 자신들의 근로조건 유지·향상 등을 위해 장애인들의 사업비를 축내는 일에는, 그것이 이 사회의 관행이라 할지라도 옳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3. 인사·경영권 참여

 

헌법 및 노동조합및노동쟁의조정법은 노조활동의 목적이 임금, 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의 유지·개선에 있음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인사위원회 참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징계회의록 공개, 법인수탁 변경 시 노사 합의 등은 인사·경영권을 깊이 침해하는 주장이며, 의무적 교섭사항이 아니며 노조활동의 범위를 넘어서는 무리한 요구입니다. 현재 인사위원회는 보건복지부 규정에 따라 2급 이상 직원으로 승진과 관련없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직원 채용시에는 10명의 해당부서 팀장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으며, 사업에 대해서는 연1회 모든 직원들이 모여서 사업전반에 대한 평가를 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의견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4. 계약만료 직원의 원직 복귀

 

현재 노조에서는 1년 단위의 직업재활기금사업에 의한 계약직원들을 해고시켰다며 경기지방노동위원회와 부천지방노동사무소에 부당노동행위 및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한 상태입니다.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자를 기간만료에 의해 근로계약관계를 종료한 것이 부당해고인지는 법적으로 가려질 것입니다.

 

신부님, 수녀님 그리고 신자 여러분,

 

그러면 저희 복지관의 근로조건이 열악한가? 하고 생각하실 것입니다. 전국에는 3천5백여개의 사회복지시설이 있고, 그 중 장애인복지관은 95여개에 이르고 있습니다. 저희의 임금수준은 이들 기관들 중에서 좋은 기관들 안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현재 노조위원장인 특장차 기사 연봉이 2,500만원을 넘고 있으며, 대학을 갓 졸업한 직원들의 경우 연봉이 1,927만원입니다.

 

휴일 근로조건 또한 공무원(연 103일)이나 근로기준법(97일)보다 훨씬 좋은 113일이며 추가로 매년 교육일수 6일이 제공되고 있습니다. 수녀님들은 그 동안 여건이 허락하는 범위내에서 직원들의 근로조건을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근로조건이며 임금조건이 열악하다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1년 6개월이 지나도록 단협을 체결하지 못하고 장기파업이 지속되자, 대부분의 외부인들은 “관장수녀가 너무 고집을 부리는 것이 아니냐?”, “조속한 시일 안에 서로 접근을 해 봐라”, “그냥 대충 주지 그러냐?”라는 말들을 쉽게 하면서 ‘중재’를 나서는 사람들이 생겨났습니다. 시에서는 공인노무사를 써서 조정안을 마련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조정안은 노조의 요구를 80~90%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었기 때문에 수용될 수 없었습니다. 이 기관은 수녀님들에 의해 지금까지 투명하게 운영되어 왔고, 어떤 의문에 대해서도 설명을 드릴 자신이 있습니다.

 

그 동안 관장수녀님께서는 복지관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는 것을 원치 않으셨습니다. 자식은 부모를 욕할 수 있지만, 부모는 자식의 치부를 공개적으로 꺼내 놓고 말할 수 없다는 정서 때문이었고, 또 한 가지는 진실은 마침내 밝혀진다는 진리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이러한 저희의 생각을 바꾸어 놓은 계기가 지난 3월 19일 몇 분의 인천교구 신부님들과의 만남이었습니다. 그 동안의 상황과 복지관의 입장을 들으신 신부님들께서는 “왜 진작 복지관의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느냐?”며 “밖에서는 복지관이 잘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신부님들의 말씀대로 저희는 1년 6개월 동안 참아온 거짓과의 ‘싸움’을 시작하였습니다. 시장, 시의회, 공공연맹, 복지관 홈페이지, 인천교구청, 인천노동사목위원회에 “이제는 말할 때가 되었음”을 알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저희 복지관의 노사문제로 피해를 입고 계실 신자분들과 주민 여러분들께 이렇게 죄송하다는 말씀과 저희들의 생각을 보내드립니다.

 

신부님, 수녀님 그리고 신자 여러분,

 

1년 6개월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생소한 노동법을 공부하고, 단체협상을 하고, 파업직원들의 손실분을 메꾸고 하면서 정작 힘을 기울여 치료교육을 해야 했을 장애아동들에게 소홀한 것이 가장 마음이 아프고 늘 피곤한 얼굴로 부모님들을 대해야 했던 시간이 마음 아픕니다. 처음에는 나의 일을 방해하는 사람들을 향해 화도 많이 났지만 이제는 그분의 뜻 안에서 모든 일이 좋은 결실을 맺으리라 믿습니다.

 

저는 독일에서 12년 동안 생활했고, 성가소비녀회 수녀님들과 인연이 되어 부천시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9년째 기쁘게 일해 왔습니다. 저는 이 복지관을이라고 부르고, 많은 직원들도 그렇게 말할 정도로 이곳은 저희들의 사랑하는 집이고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마음 편히 찾았던 입니다.

 

저는 천주교 성가소비녀회 수녀님들과 법인, 특히 총원장수녀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다른 수도회 같으면 적당히 타협하거나 복지관이야 어찌 되든 수도회와 가톨릭을 욕 먹인다며 벌써 수녀님들을 철수시키셨을 지도 모릅니다.

 

현재 복지관에는 4분의 수녀님이 재활업무를 맡고 계십니다. 지금까지 관장수녀님과, 함께 일하고 계시는 세분의 수녀님들은 수녀이기 때문에 더욱 더 신랄하게 비판당하고 수모를 당하고 있지만, 옳은 일을 포기하거나 타협하지 않으셨습니다. 지금도 성가소비녀회 본원 정문에는 흉칙한 벽보들로 도매가 되어 있고, 들어가는 길바닥에는 스프레이로 구호들이 씌여 있으며 남의 집 벽이나 문 할 것없이 과격한 말투의 벽보들을 부착해 놓았습니다.

 

장애인들을 위한 치료시간을 잘라먹고 그들을 위해 써야 할 예산들을 잘라 먹겠다고 천막치고 170일이 넘도록 파업을 하던 노조원들이 이제는 협상 당사자도 아닌 총원장수녀님과 수녀님들 그리고 수녀원 주변의 주민들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솔직히 관장 수녀님, 다른 세분의 수녀님이나 저희 직원들은 지금 너무 많이 지쳐 있습니다. 1년 6개월 동안 양심과 상식이 통하지 않는 이 사회에서 옳은 것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체험하며 이 사회의 노동운동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요즘은 죄 없이 몰이꾼들에 몰려 개죽음 당한 예수님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만나고 있습니다. 어려운 시간이지만, 은총의 시간들입니다!

 

신부님, 수녀님 그리고 신자 여러분,  

 

이 복지관의 관장수녀님이나 저희 직원들은 머지 않아 떠나갈 사람들이지만, 우리 아이들과 친구들은 죽을 때 까지 이 집을 찾을 사람들입니다. 얼마 가지고 있지도 못한 그들의 몫을 저희들이 끝까지 지켜줄 수 있도록, 옳은 일을 포기하지 않도록 저희들을 위해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주민 여러분들께는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 밖에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매년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오시어 저로 하여금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하시는 그 분이 이번 부활에는 어떤 모습으로 오실지 기다려집니다.

 

 

부활대축일을 기다리며 최경희(피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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