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동(구 미아3동)성당 게시판

낙산 통신 3-장미꽃 향기도 바람에 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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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근 [raphaelangel] 쪽지 캡슐

2000-09-05 ㅣ No.4200

"그저 바라볼 수만 있어도 좋은 사람...."

아침이면 노래를 흥얼거리며 일어나게 되는데요.  

학기 초면 으레 몇 날 며칠씩 잠을 설치곤 했는데.

익숙해지려는지, 솔솔 잠을 잘자게 되지요.

 

어느새 선듯한 바람에 새벽녘, 창을 닫게 되고.

말끔한 아침 조금만 더 부지런떨면 달콤한 산책을 여유롭게 즐길 수도 있습니다.

의약분업으로 뒤숭숭하든, 장기수 북한 송환이 이루어지든...개의치 않고 이렇게 고요할 수 있다니요.

어허, 혹시 교회의 심장이라 일컬어지는 낙산에서 세상과 적당히 격절되어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이 계절이 가을 이라 이름부름직한 것은 모든 것을 ’가버리게’ 하기 때문이라지요. 가을은 ’갈’, 가는 계절입니다.

웬 가을 타령일까요.

 

장미의 이름님께서 올려주신 소중하지만 아픈 글을 읽었습니다. 뭐, 총론 찬성, 각론 반대식으로 제 입장을 가지고 싶진 않습니다. 상 신부님과 여러 형제자매들의 반응도 이미 있었고하니.....더하면 군더더기일지도 모르구요.

 

다만 그리스도인이 지녀야할 복음 선포의 소명이 끊임없이 우리 시대에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 기회가 좋든지 나쁘든지에 상관없이, 우리들의 죄와 불의와 부족함, 우리들의 강팍하고 굳은 마음, 한없이 약한 신앙, 현실에 안주하려는 얄팍한 속셈,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러기에 오히려 더 강렬하게 복음이 선포되고, 예수께서 다시 부활하시고 그 자리자리마다에 사랑이신 하느님의 생명이 흘러넘친다는 사실이 부정되지는 않는다는 것이 제 확신입니다.

 

지상의 교회가 하느님 나라의 완성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한 언제나 쇄신되어야 하겠지요. 그리고 그 쇄신이 나와 무관한 그 어떤 집단과 제도가 아니라 내가 항상 몸담고 있는, 그러므로 나의 십자가인 교회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되겠지요. 그리고 나의 부단한 회개(한님이신 그분께로 돌아감)가 앞서 요청된다는 점도 분명하겠지요.

 

그래도 주님께서 약속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렇게 어리숙하고 덤벙거리고, 다혈질이고 당신의 말씀을 도무지 알아듣지 못한 어부 베드로에게 ’감히 죽음의 힘도 누르지 못할 교회를 세우겠다’고요.

우리 시대, 교회가 지니고 가는 모습이 비록 마땅치않고 떠나고싶더라도, 도무지 용서가 안되더라도 그래도 주님께서 교회를 통해서 당신 현존을 드러내시고, 교회의 사람들을 통해서 당신이 진리이심을 알려주시리라는 것을 압니다.

 

우리들의 부족함이 십자가의 사랑을 매일같이 가리우더라도 그러나 죽음의 힘도 감히 누르지 못할 당신의 약속이 거듭거듭 모두가 딛고 선 자리에서, 로마에서도, 미아리에서도, 낙산에서도, 어느 달동네에서도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그 어딘가에서도 끊임없이 실현되고 있기 때문이겠습니다.

 

 

그대도 늘 평안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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