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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가 좋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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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경 [sopialet] 쪽지 캡슐

2000-11-14 ㅣ No.5247

인기가 좋은 이유

 

봉칠이는 여섯 살 사내아이죠.

겨울, 여름 가릴 것 없이

늘 누런 콧물이 콧구멍에 붙어 있죠.

간혹 무거운 듯 콧물이 흐르면

손등으로 밀어 닦고 말죠.

 

신발을 벗어 놓은 걸 보면 가관이죠.

왼쪽, 오른쪽 가지런히 벗는 적이 없지요.

가끔 오른쪽, 왼쪽 신발을 바꿔 신고 다니기도 하지요.

용케도, 그렇게 신고도 잘도 뛰어다니지요.

 

봉칠이는

세숫비누도 치약도 필요없지요.

물 몇 번 묻히면 세수한 거고,

물 한 모금 입에 넣고 칫솔 몇 번 움직이면

이 다 닦은 것이죠.

 

봉칠이는

가끔 밥 먹다가도 응까도 누러 가지요.

어떤 땐 응까하면서 빵도 먹지요.

식성도 워낙 좋지요.

가리는 것 없이 잘도 먹지요.

 

봉칠이는

새옷이 필요 없지요.

새옷도 늘 헌옷처럼 입고 다니니까요.

그래서 봉칠이 엄마는

봉칠이가 놀 때 입는 옷은,

아예 빨지도 않지요.

 

봉칠이는 양말도 필요 없지요.

아니,

봉칠이 엄마가 웬만하지 않으면

양말을 주지도 않지요.

운동화를 신겨 주지도 않지요.

운동화를 신고 공도 차지만

양말을 신은 채 공을 차기도 하니까

그냥 맨발로 다녀도 불편하지 않으니까...

어디다 양말을 벗어버렸는지

맨발로 집에 오는 적도 많으니까...

그래서 봉칠이가 양말 신은 것은 별로 볼 수 없지요.

 

봉칠이 잠자는 거?  예상대로죠.

뱅글뱅글 돌며 자고,

상.하, 좌.우로 굴러다니고...

그래서 봉칠이는 아이인데

머리 뒤에 머리카락이 좀 비어 있지요.

베개도 필요 없지요.

 

봉칠이 장난?

말도 마세요.

어디서 그런 아이디어가 나오는지,

어찌 그리 순발력이 좋은지...

봉칠이 노는 짓만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죠.

노는 걸 보노라면 정신이 쏙 빠져 버리지요...

 

봉칠이 성격?

말도 마세요.

뜻대로 안 되면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그래도 성이 안 차면

울고 불고 난리죠.

엄마가 시장에 데리고 나가면

두서너 번 정도는

'가다', '서다'를 볓 번 반복해야죠.

사달라고 조르다 땅에 주저앉아 떙깡부리니까

'가다', '서다'를 몇 번이나 하게 되죠.

그래서 봉칠이가 엄마따라 시장가는 건 거의 볼 수 없지요.

 

봉칠이는 심부름을 가는 적이 거의 없지요.

심부름은 시킨 대로 하는데,

언제 올지 함흥차사죠.

오락실에 있는지,

만화방에 있는지,

뻥튀기 할아버지 앞에 쪼그리고 앉아 귀를 막고 있는지...

결국 찾으러 나서야 하는 심부름이니자,

아예 심부름을 시키는 적이 없지요.

봉칠이는 심부름하는 걸 싫어하지 않는데

심부름을 시키는 적이 별로 없지요.

 

그런데

봉칠이는 친구가 제일 많지요.

아니,

봉칠이 또래들은 꼭 봉칠이를 부르죠.

봉칠이는 친구들에게 아주 인기가 좋지요.

또래만이 아니라

동네에서 제일 인기가 좋지요.

꼬마들도 좋아하고

형아, 누나들도 좋아하지요.

 

구멍가게 아줌마도,

집배원 아저씨도,

자장면집 아저씨도,

복덕방 할아버지도 모두 모두 좋아하지요.

 

봉칠이 아빠 엄마는

봉칠이를 그냥 놓아 기르죠.

방목하지요.

 

좀 어눌하고,

좀 어색하고,

좀 털털하고,

좀 부족하게 사는 게 좋은 것인가 보죠.

 

60점도 안 되는 봉칠이가 인기스타인 걸 보면 말이죠.

늘 즐거운 봉칠이의 얼굴을 보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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