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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해목 (雪害木) "부드러움의 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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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숙 [ssnch] 쪽지 캡슐

2011-01-29 ㅣ No.11182

♤ 설해목 (雪害木) "부드러움의 힘" ♤

 

해가 저문 어느날,

오막살이 토굴에 사는 노승 앞에 더벅머리 학생이 하나 찾아왔다.

아버지가 써 준 편지를 꺼내면서 그는 사뭇 불안한 표정이었다.

 

사연인즉, 이 망나니를 학교에서고 집에서고 더 이상 손댈 수 없으니,

스님이 알아서 사람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물론 노승과 그의 아버지는 친분이 있는 사이였다.

편지를 보고 난 노승은 아무런 말도 없이몸소 후원에 나가 늦은 저녁을 지어 왔다.

 

저녁을 먹인 뒤 발을 씻으라고 대야에 가득 더운 물을 떠다 주었다.

이때 더벅머리의 눈에서는 주르륵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는 아까부터 훈계가 있으리라 은근히 기다려지기까지 했지만

스님은 한 마디 말도 없이 시중만을 들어 주는데에 크게 감동한 것이다.

 

훈계라면 진저리가 났을 것이다.

그에게는 백천 마디 좋은 말보다는 다사로운 손길이 그리웠던 것이다.

 

이제는 가고 안 계신 한 노사(老師)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내게는 생생하게 살아 있는 노사의 모습이다.

 

사밧티의 온 시민들을 공포에 떨게 하던 살인귀 앙굴리말라를 귀의시킨 것은

부처님의 불가사의한 신통력이 아니었다.

그것은 오로지 자비였다.

 

아무리 흉악무도한 살인귀라 할지라도 차별 없는

훈훈한 사랑 앞에서는 돌아오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바닷가의 조약돌을 그토록

둥글고 예쁘게 만든 것은 무쇠로 된 정이 아니라,

부드럽게 쓰다듬는 물결이다.

 

 

. . . 법정 스님의 글중에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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