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일반 게시판

잠시 동심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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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온균 [gsbs] 쪽지 캡슐

2004-05-17 ㅣ No.123

엄마가 천사를 낳았어요


내 이름은 진초롱 초등학교 3학년이죠 . 제게는 언니가 둘있는데 ,큰언니는 진아롱 ,작은 언니 이름은 진다롱이에요 .
우리는 시골학교 관사에 살아요 . 아빠가 교감 선생님이기 때문이에요 .
학교 관사에 사니까학교 운동장이 우리 집 마당이고 , 학교 가 가까워서 참 좋아요 .비가 와도 눈이 와도 걱정할 필요가 없거든요 .특히 준비물을 깜빡 하고 안가지고 왔을 때 아이들이 젤 부러워하죠 .
오늘은 딸기할머니가 아침부터 와 뒤꼍에 걸어둔 가마솥에 계속 불을 지피고 있어요 .
그런데 왜 딸기 할머니냐구요 ? 딸기처럼 코에 폭폭 구멍이 나있고 빨개서 딸기 할머니지요 . 딸기 할머니는 산파래요 ,아기를 받아 주는 할머니요 .딸기 할머니는 동네 아이들을 거의 다 할머니 손으로 받았다면서 남자 아이들만 보면 달려가서,
"어디 고추가 얼마나 컸나 좀 보자아 "
하니까 아이들이 할머니만 보면 피해다녀요 .
딸기 할머니가 우리집에 왜 왔냐구요? 엄마가 내 동샌을 낳으려고 해서에요 . 엄마는 새벽부터 배가 아프다고 배를 쥐고 우리가 거짓으로 울 때처럼 눈물없이 잉잉 울었어요 .
"따 딸기 할머니!"
아버지가 급한 목소리로 딸기 할머니를 불렀어요 .
딸기 할머니는 들고 있던 장작을 울타리 족으로 냅다 팽개치고 방으로 들어 갔어요 .
토기장에서 토끼풀을 주고 있던 아롱이 언니가 후다닥 마당으로 뛰어 나오고 ,사랑방에 있던 다롱이 언니도 밖으로 나왔어요.
두 언니가 마루로 가더니 문틈으로 안방을 들여다 보았어요 .
그때 였어요 .방문이 열리고 두언니는 앞이마를 쿵찧고 방으로 엎어 졌어요 .
"뭣 하는거야?"
아빠의 호통소리가 밖으로 튀어 나왔어요.
난 얼른 귀를 두 손으로 막았어요 .
두 언니는 분명 벌로 운동장에서 토끼뜀을 뛸거예요 . 아빠의 벌은 늘 같으니까요 . 난 살금살금 도둑고양이처럼 대문쪽으로 걸어 갔어요 . 나도 벌을 받을게 뻔했으니까요. 살금살금 막 대문을 빠져나가려는데 뒤에서 큰소리가 들려왔어요.
"초롱이도 들어와!"
순간 온몸에 촛농을 부은 듯 몸이 굳어 꼼짝도 못했어요.
"초롱이 빨리 들어오지 않고 뭣 해!"
나는 속으로 두 언니를 욕하며 방으로 들어 갔어요
엄마는 땀 범벅이 된 얼굴로 우는 건지 웃는 건지 모를 얼굴로 우리를 보았어요.
"너희들를 낳을 때도 엄마가 이랬단다 .얌전하게 앉아들있어 "
난 가슴이 콩당콩당 뛰었어요 .고무 풍선처럼 부어오른 엄마의 뱃속에서 아기가 어떻게 나올까?
엄마는 여러 번 얼굴이 일그러 졌다,펴졌다 아픈 표정을 지었어요 .
엄마의 몸에는 아기 나오는 구멍이 따로 있어요 . 그런데 처음에는 까만 머리가 보이더니 다시 들어갔다가 엄마의 비명소리와 동시에 아기가 쑥 빠져 나왔어요 .
참 신기했어요 .저 아기는 천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지 않고 어떻게 엄마의 뱃속에서 살았겠어요 .
"고추여, 고추 . 선상님 ,고추네요"
아빠의 얼굴이 달빛처럼 환해지고 ,엄마의 눈가에 눈물이 주르르 흘러 내렸어요 .
배에 달린 긴 줄을 딸기 할머니가 소독한 가위로 자르고 피묻은 아기를 목욕을 시켰어요 .
엄마가 날 낳을 때도 저렇게 아프고 힘이 들었을까?하고 생가하니 나도 모르게 눔물이 핑돌았어요 .
목욕을 시켜 놓은 내 동생은 내 작은 곰인형 만했어요 .
삼일 후 , 아기를 보러 사람들이 몰려 왔어요 . 그 사람들 모두 내머리를 쓰다듬으며 나한테 복덩어리래요 . 내가 남동생을 불러 왔다고 하는데 ,난 그런 적이 없어요 .
시내에 사는 이모들도 아기를 보러 왔어요 .
아기를 보며 이모들은 아기가 천사 같다고 했어요 .
어쩜 이모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잖아요 .참 신기하죠?
엄마가 가물치를 먹으면 좋은데 가물치를 구하지 못했다고 ,곧 구해 질거라고 큰 이모가 말했어요 . 그리고 엄마가 시내에 나와 살면 아기를 봐줄텐데 ,그러질 못하니 힘들어 어쩌냐며 걱정을 했어요 .
내년에는 아빠가 시내로 발령이 나서 나갈 수 있다고 엄마가 말했어요 .
이모들이 돌아가고 나는 내 동생을 한참 쳐다 보았는데 , 오른손을 꼭 쥐고 있었어요 . 손을 펴려고 하면 다시 쥐고 ,또 펴려고 하면 쥐고 ,조그만 게 어디서 그런 힘이 솟아나는지 ......
동생은 눈을 떴다가 다시 감고는 계속 잠만 잤어요.
"아가야, 엄마가 가물치를 먹어야 한 대"
다음 날 아침, 우리 대문 앞에 누가 가물치를 놓고 갔어요 .
저녁이 될 때가지 누가 가물치를 놓고 갔는지 알수 가 없었어요 .
난 방으로 들어갔어요 .그런데 아기가 오른손을 펴려고 하다가 다시 주먹을 쥐는 거예요
난 알고 있지요 .분명 내동생이 친구 천사를 불렀을거예요 .오른손을 펴지 않고 쥐고 있는 걸 보면 분명 오른손에 무슨 비밀이 있을거예요 .아마 천사들끼리 통하는 비밀이 .....
아기가 우리집에태어 난 뒤로 , 늘 큰소리로 호통을 치던 아빠가 작은 소리로 말하고 ,우리 집에는 웃음이 끊이질 않아요 . 매일 싸우기만 하던 두 언니도 사이좋게 지내구요 .
아기만 봐도 웃음이 절로 나오니 내동생은 천사가 분명해요 .
며칠 전 , 난 아기의 손을 잡고 나직히 말했지요 . 시내로 가고 싶다고 말이에요 . 그러자 아기가 무어라 옹알옹알 거렸어요 .
그런데 ...... 도 이상한 일이 일어 났어요 .
퇴근해 돌아온 아빠가 싱글벙글하며 말했어요 .
"우리 아기가 복덩어리인가 봐. 시내로 발령이 났어요"
내년에 시내로 갈 차례인데 교장 선생님으로 발령이 났대요 .
이모들도 아기가 복덩어리라고 좋아 했지만 ,아마 이모들이 깜빡 했나봐요 . 아기가 천사라는 걸 . 그리고 내가 말한걸 아기가 들어 주었다는 것도 모르나봐요 .
우리 엄마가 천사를 낳은게 틀림없어요 .
오늘은 그 작은 손에 뭐가 있는지 알아낼거예요 .꼭꼭 숨어서 지켜 볼거예요 . 아마 오른손을 펴면서 주문을 외울지 모르잖아요 ?


동화 "너 할머지 중에서 "지은이 :목온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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