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일반 게시판

산맥과 파도

인쇄

김정숙 [zenobiak] 쪽지 캡슐

2000-09-18 ㅣ No.863

 산맥과 파도

 

능선이 험할수록 산은 아름답다.

능선에 눈발 뿌려 얼어붙을수록

산은 더욱 꼿꼿하게 아름답다.

눈보라 치는 날들을 아름다움으로 바꾸어놓은

외설악의 저 산맥 보이는가?

모질고 험한 삶을 살아온 당신은

그 삶의 능선을 얼마나 아름답게

바꾸어놓았는가!

 

 

험한 바위 만날수록 파도는 아름답다.

세찬 바람 등 몰아칠수록

파도는 더욱 힘차게 소멸한다.

보이는가 파도치는 날들을 안개꽃의

터져오르는 박수로 바꾸어놓은 겨울 동해바다

암초와 격랑이 많았던 당신의 삶을

당신은 얼마나 아름다운 파도로

바꾸어놓았는가!

 ( 주일 미사 강론 중에 신부님께서 인용하셨던 시죠? 너무 좋아 다시 읽어봅니다. )

한 번이라도 삶의 모진 파도를 겪어보지 않고야 어찌 이해할 수 있겠는가?

산을 더욱 아름답고 멋지게 만드는 험준한 능선의 고달픈 몸부림과, 험한 바위와 세찬 바람이 만들어 낸 아름다운 파도의 슬픔을.

지난 삶의 고비마다 눈물과 한숨으로 엮어냈던 이야기들이 나 혼자만의 고통이 아니었음을 이제 조금은 알 것도 같다.

아버지께서 나와 함께 하시며 함께 울고 아파하셨던 날들.

고통과 힘겹게 싸우며 결코 좌절하지 않을 힘을 주셨던 주님!

이제와 뒤돌아보면 님의 이름도 알지 못하고 막연한 그리움으로만 가슴 설레이던 그 때부터, 아니 그보다 더 먼먼 날들로부터 ....

님과의 만남은 예비되었던 건지도 모른다.

삶의 매 순간마다 당신을 기억할 수 있다면,

하여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힘겨울 때나 편안할 때나 당신의 현존을 느끼며 살 수 있다면 .....

 

 

 

 

 

 

 

 

 

 



36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