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동성당 게시판

[사랑과 고독] 그 실체는 무엇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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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대 [changjhon] 쪽지 캡슐

1999-12-17 ㅣ No.1122

  

                   -인간은 결국 고독한 존재-

 

인류가 유사이래 부단없이 추구해온 정신문제 가운데 종교문제같이 엄숙

한 내용을 빼놓고는 가장 공통적이며 시공을 초월해서 문제의 대상이 됐던

것은 역시 사랑이란 존재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세계 불후의 명작들 가운데 대부분이 사랑을 소재로 한 작품인 점만 봐

도 그렇다.

   

괴테의 ’베르테르의 슬픔’(유부녀와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의 고뇌는 마침내

극단적인 자살을 택함으로써 영혼으로의 자유를 얻고...) 세익스피어의 ’로미

오와 줄리엣’(그 들의 애틋한 사랑은 마침내 철천지 원수 지간이었던 양가를

화해시키고...) 호돈의 ’주홍글씨’(엄격한 기독교적 도덕율을 어기고 사랑해선

안될 선을 넘어 임신을 시킨 젊고 덕망있는 목사와 헤스튼 부인...간통이란

주홍글씨를 평생 가슴에 붙이고...) 등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것은 역시

사랑이란 테마이기 때문이리라.

 

세기의 역사적 인물들이 남긴 사랑과 관련된 에피소드 또한 풍미를 더한

다.  대로마를 건설하고 엄숙한 도덕주의를 부르짖었던 시저(Caesar 100-44

AD)도 폼페이우스를 소탕하러 이집트에 들어갔다가 클레오파트라와 사랑의

열병에 걸려서 사생아 케사리오까지 낳은 점도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전 유럽을 쑥대밭으로 만던 전쟁광 나폴레옹도 그의 뒤에는 죠세핀이란 여

성이 숨어있었고 히틀러처럼 끔찍한 학살자에게도 에바라는 평범한 애인이

있었다. 오직 했으면 영국의 왕이었던 에드워드 8세는 미국출신 이혼녀, 심

프슨 여인과 결혼을 하고 프랑스로 줄행랑을 놓았을까.

 

이처럼 사랑이란 욕망의 강에 서식하는 악어일수도, 봄눈을 녹이는 따사

롭고 보드라운 햇살일 수도 있다. 따라서 이는 가장 변하기 쉬움과 동시에

가장 파괴하기 어려운 불가사의한 것이 아닌가 싶다. 하여튼 사랑은 인간에게

끈질기게 달라 붙는 숙명의 그림자와 같은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면 사람은 어째서 사랑에 매달리고 사랑에 집념을 갖는 것일까. 그

이유는 추측컨데 종교는 너무 먼 곳에 있고 엄숙하고 또 그 계명을 따르기

엔 끊임없는 양심의 갈등이 따르지만, 사랑은 가까운 곳에 있고 때로는 우리

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 주며 헌신적인 진통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 아닐까.

 

사실 요즘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물질적으로 한없이 풍요해 보인다.

가는곳마다 먹거리가 쌓여있고 최신 유행을 구가하는 팻숀의상을 걸친 미남

미녀들이 활보한다. 편함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을 채워주기 위한 첨단 전

자제품과 자동차의 물결 그리고 고개들어 쳐다보기만 해도 현기증이 날 정

도의 까마득한 높이의 빌딩들, 이러한 현상들은 상대적으로 우리를 초라하게

만들고 한없이 쓸쓸하다못해 극도의 고독감에 휩싸이게 하고 만다.

 

어떤 이는 활부로 뽑은 새차를 타고 신나게 달려보아도, 무리를 마다않고 좀

더 편한 집으로 이사를 가 보아도 순간의 기쁨은 잠깐이라고 한다. 알량한

지식과 학벌을 앞세워 교만도 부려보고 주위로부터 인정도 받아 보지만 여전히

뭔가 공허함을 떨쳐버릴 수 없다고들 한다.

 

그런 쓸쓸한 상황에서 우리는 그나마 애인도 사귀고 인간의 가슴과 연정을

느낄 때 고독감은 다소 해소되지만 그러나 인간의 영혼은 궁극적으로 늘

추위를 타는 아기와 같기에 애인을 갖어도 고독하고 결혼을 해도 끝내는 쓸쓸한 빈 공간을 채울 수 없는 법.

 

결국 인간은 빈손으로 왔다가 옷 한 번 걸쳐보고 한없이 허탈한 웃음을 공중에

날리며 사라지는 존재가 아니겠는가. 그런 현상은 어제도 오늘도 우리 주위에서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지 않은가.

 

애인이나 가정뒤에 숨어있는 진짜의 실체는 무었일까. 어떤 사람에게는

종교적 신념일 수도 있겠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형이하학적인 세속적 실력

일 수도 있겠다. 어떤 경우든 현대인은 제아무리 잘나고 똑똑해도 그렇고 부와

명예와 권력을 온 몸에 지녔다 해도 외로움과 고독이라는 깊은 늪에서 허덕이다

가 어느날 갑자기 "나 먼저 가네" 라며 홀연히 사라지고 말 미물에 불과한 고독

한 존재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고독으로부터의 탈출은 또 다른 고독과의 만남

일지라...

 

♥감사합니다.       -장 정 대-   Email: jackchang7@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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