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관동성당 자유게시판

미국의 두개의 양심-마무리

인쇄

김동진 [woosuk] 쪽지 캡슐

2001-10-06 ㅣ No.1729

지난번 글의 연속입니다

 

다음은 Atlas 리서치 그룹의 대표자 노승준이 쓴 글입니다.

 

<< 한국이 조용한 아침의 나라이고 일본이 태양의 나라라면 미국은‘The City Upon the Hill’(언덕의 도시)입니다. 이 나라들은 역사 속에서 스스로의 정체를 그렇게 그립니다. 미국 역사에서 그리는‘The City Upon the Hill’은 유럽의 타락과 부패를 등지고 신천지를 개척한 청교도들의 도덕적 우월감을 집약한 말입니다.

 

세계의 어느 곳보다 높은 이 언덕에서 미국인들은 자유, 정의, 공정 등의 가치를 beacon (봉화불)처럼 세계에 비춘다는 뜻이지요. 실제로 이 청교도들이 세운 뉴잉글랜드의 중심인 매사추세츠주 정부가 있는 곳의 지명이 보스톤의 Beacon Hill입니다. 그런데 이 비콘힐을 떠난 여객기가 미국인들이 아랍인 테러리스트들에 의하여 납치되어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인 세계무역센터를 폭파하고 말았습니다.

 

아랍인들은 왜 그토록 가공할 만한 범죄를 자행했을까요? 이 어려운 질문에 명쾌한 답을 제시할 사람은 없습니다. 아마 미국의 폭력 영화들을 보고 흉내낸 것이 아니냐는 대답이 단순 명쾌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보다 조금 더 의미 있는 해답은 미국인의 정신구조에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 미국의 두 개의 양심과 부시의 등장

미국은 두개의 양심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여성적 양심입니다. 자유, 평등, 공정을 지향하는 여성적 양심을 상징하는 것이 뉴욕 입구에 서 있는 자유의 여신(The Goddess of Liberty)입니다. 또 하나의 양심은 남성적 양심입니다. 권력, 권위, 지배를 지향하는 남성적 양심을 상징하는 것이 연미복에 지팡이를 든 엉클 샘 (Uncle Sam)입니다. 미국인의 심리 속에 자유의 여신과 엉클 샘은 공존하며 갈등하고 있습니다.

 

이 갈등 속에서 태어난 것이 국제주의와 고립주의의 사이클, 보수주의와 자유주의의 사이클, 전쟁 혐오와 전쟁 찬미의 사이클들입니다. 이번 테러사건의 저변에는 이 사이클이 있다고 봅니다. 클린턴 정권은 1980년대 중반에 형성된 미(Reagan)-영(Thatcher)-일(Nakasone) 보수동맹의 맥을 끊고 국제주의, 자유주의, 그리고 여성적 양심의 국제질서를 형성했습니다. 이 시대에 경제적으로 신경제가 꽃을 피웠으며 정치적으로는 아랍, 중국 등과의 화해가 추구됐습니다. 그러나 미국 정치의 사이클은 한 양심의 독주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민주당 고어와의 힘겨운 싸움 끝에 탄생한 부시정권은 고립주의, 보수주의, 그리고 남성적 양심으로의 반동을 모색하게 됩니다.

 

더구나 아버지가 닦아 놓은 텍사스에서 주지사 정도를 해 본 정도의 일천한 경험의 부시를 보좌하는 것이 구세대의 강경 보수파들입니다. 이들은 보수적일 뿐 아니라 종교적으로 Judeo-Christianity(유태-기독교)의 우월성을 깊게 믿으며 이를 국제정치에 개입시키려고 합니다.

 

자유주의자들이나 국제주의자들의 눈에는 문제아의 우두머리이지만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미국인들과 유태인들의 박해에 시달린다고 믿는 것이 아랍인들입니다. 물론 이번 테러사건이 부시 때문이었다고 명쾌하게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세계언론과 금융을 지배하는 유태인, 항공기를 장난감처럼 다루는 영화 감독, 그리고 오만을 자랑처럼 여기는 부시정권 등이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이번 사건의 배경들이 아니었을까요?

 

그렇지만 많은 미국인들은 이 사건의 배후에 있는 것은 유태인이나 부시나 영화감독이 아니고 아랍의 테러조직, 특히 오사마 빈 라덴이나 이라크 정부라고 주장합니다. 물론 이 주장은 타당한 것일지 모르고 이를 증명하는 과제는 미국인들의 어깨에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주장을 하는 많은 사람들은 이 사건이 기본적으로 ’문명의 충돌’(the clash of civilizations)이라고 해석합니다.

문명의 충돌?

이는 하버드 대학의 정치학자인 새뮤얼 헌팅튼 (Samuel Huntington)이 저술한 책의 제목입니다. 이 책에서 그는 앞으로의 국제사회의 갈등은 이념이나 경제적 이익의 충돌에서 빚어지는 것이 아니라 문명권의 충돌에서 야기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그는 세계를 Western, Confucian, Japanese, Islamic, Hindu, Slavic-Orthodox, Latin American, 그리고 African으로 구분을 했습니다 (한국은 Confucian에 속함). 헌팅튼의 개념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번 아랍인에 의한 서부의 심장부의 공격은 ’문명권’의 충돌이 현실화라는 것입니다.

 

이 심오한 ’문명권의 충돌론’도 소박한 ’영화감독 모방론’만큼이나 검증하기 어렵습니다.

 

이해하시는데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81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