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2동성당 게시판

겸손으로 포장한 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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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경순 [veronicam] 쪽지 캡슐

2001-03-25 ㅣ No.885

단순 수녀님 시리즈입니다.

언젠가 제 속이 아프리카 늪지 처럼 수렁같이 복잡한 날이었는데 성사를 보지 못하고 목요일 미사를 갔지요.

피아노 앞에 앉아 제발 신부님이 성체를 모시고 피아노 근처로 오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신부님은 오시고야 말았습니다.

죄송하지만 저는 영성체하지 않겠다는 표현을 드렸지요.그 다음날 수녀님을 만나서 심란하게 그 말씀을 했습니다.

수녀님은 정색을 하고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베로니카씨.나는 그랬는데 성체가 나를 찾아 오신다면 영성체 하겠어요.

혹시 영성체 안한 것이 겸손으로 포장된 교만이 아닐까?

내 속이 이렇게 누추한 데도 이렇게 찾아오시니 감사합니다.  제 마음을 예수님 아시겠지요?

속히 성사를 보겠으니 어서 제 안으로 오십시오.

그날 베로니카씨가 원하지 않았지만 신부님이 일부러 성체를 모시고 오셨다면 그렇게 영접할 수는 없었는지."

저는 한대 얻어맞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영성체에 합당한 상태이냐는 대단히 신중하게 생각할 일이고 함부로 판단내려서는 안되지요.교회는 모영성체의 위험을 가르치고 있지요.

그러나 수녀님이 저에게 말씀하신대로 분명 저는 위로하러 찾아온 이웃에게 "내가 지금 기분이 안좋으니 다음에 오세요.’하고 문을 탕 닫고 들어간 사람과 같았습니다.

교만은 접착력이 좋아서  내 얼굴에서 떨어지지 않는 가면 같은 것이라고 하더군요.

 

판공 때이군요.  굿뉴스에는 판공이 형식적인 절차 아니냐는 문제로 논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단순 수녀님이라면 뭐라고 하셨을까?

교회도 조직이니만큼 신자들의 상태를 알아야하기도 하고 우리 개개인은 그런 시기에 나를 정화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설수 있는 시기로 삼으면요.

언젠가 제가 받은 보속이 성모님 성가 한번 크게 부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보속을 행하면서 얼마나 행복했는지...."아, 하느님은 내가 이렇게 노래 부르듯 행복하기를 바라시는구나."

 

기쁨을 고대하며 충실히 준비하는 사순 보내시기 바랍니다.

평화가 우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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