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십리성당 게시판
눈(雪)을 바라보며....4신 |
---|
회색빛 하늘이 납덩이처럼 무겁게 느껴지던 날 오후 그 분이 임종하셨음을 들었습니다.
제가 그분을 기억하게된 일은 분명하지 않으나 어느날 문득 그 분의 모습이 보였으며 볼수록 참 멋있다... 라고 느꼈습니다.
바른 예의를 표할줄 아시고 사람간의 관계를 계량할줄 아시고 웃음을 지을줄 아시며 말의 쓸모를 아셨습니다.
비 바람이 불던날 오후 그 분을 위한 미사가 있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눈시울을 붉히며 사진으로된 그 분을 바라보았습니다. 왜 그리 모습은 곱던지.....
이건 아니야...라고 수많은 되뇌임은 아픔으로 커져 되돌아 옵니다. 사제의 강론도 제가 부른 성가도 이때에는 의미를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이런일이 왜 이렇게 꼭 이루어져야만 하는지.....
그 분이 삶의 흔적으로 남겨놓은 아내와 자식들을 차마 바라볼수없어 고개를 숙이고 울었습니다.
" 몸 " 이라는 말씀에 슬픔을 지우고 손위에 모셔진 성체를 보았습니다. 희뿌연 모습에 놀라 눈을 깜박였습니다. 순간 성체는 밝게 드러났으며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눈물에 젖은 성체께서는 그 분의 얼굴을 그리고 계셨습니다.
어릴때 마음껏 뛰놀던 고향 동산이 하얀 모습으로 그 분을 맞이했습니다.
마지막 지나는 세상길에 부끄러움을 보이게 될까보아 새하얀 눈(雪) 단장을 했나 봅니다 옛날 함께놀던 고향땅은 논이되어 엎드리고 밭이되어 맞이 했습니다. 그 분은 누구도 밟지않은 그 하얀길을 따라 예쁜 꽃상여를 타고 하늘길로 떠나셨습니다. 눈보라 헤치며 가신 그 길엔 많은 슬픔들이 발자욱되어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제 마음속에는 이 모든것이 오래토록 기억될것입니다. 신 상 철 미카엘의 이름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