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일반 게시판
....듣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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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옥
[mqwert]
2002-07-04 ㅣ
No.
388
듣게 하소서
이해인
주님, 저로 하여금 이웃의 말과 행동을
잘 듣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제 하루의 작은 여정에서
제가 만나는 모든 이의 말과 행동을
건성으로 들어 치우거나
귀찮아하는 표정과 몸짓으로
가로막는 일이 없게 하소서
이웃을 잘 듣는 것이 곧 사랑임을
제가 성숙하는 길임을 알게 하소서
이기심의 포로가 되어
제가 듣고 싶은 말만 적당히 듣고
돌아서면 이내 잊어버리는 무심함에서
저를 구해 주소서
주님,
저로 하여금
주어진 상황과 사건을 잘 듣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앉아야할 자리에 앉고
서야할 자리에 서고
울어야할 때 울고
웃어야할 때 웃을 수 있는
민감하게 듣고 순응하는 삶의 지혜를 깨우치게 하소서
주님, 저로 하여금
자신을 잘 듣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자신을 잘 듣는 사람만이 남을 잘 들 수 있음을
거듭 깨우치게 하소서
선한 것을 지향하는 마음의 소리를 잘 듣기 위해
침묵과 고독속에 자신을 숨길 줄도 알게 하소서
저는
두 귀를 가졌지만
형편없는 귀머거리임을 몰랐습니다
삶과 사물을 제대로 듣지 않고
말만 많이 했음을 용서하소서
매일 매일의 제 작은 여정에서
제 생애의 큰 여정에서
잘 듣고
잘 말하는 이가 되도록
밝고 큰 귀와 입을 갖고 싶습니다
말소리만 커지는 현대의 소음과 공해 속에서도
얼굴을 찡그리지 않고
겸손히 듣고 또 듣는
들어서 지혜를 깨우치는
삶의 구도자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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