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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로즈와 PD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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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08-08-06 ㅣ No.6920

 
 
 
 리처드 로즈와 PD수첩
 
 
 
'새로운 병원체는 도대체가 죽지를 않는다. 병원에서 수술기구를 소독하는 데 쓰는 고압솥에 넣고 고온·고압으로 고문을 가해도 버틸 정도다. 강력한 자외선을 몇 시간 쬐어도, 포름알데히드에 몇 달간 담가 놓아도, 땅에 몇 년 동안 묻어도, 수십 년 동안 꽁꽁 얼려 놓아도 죽지 않는다. 700도 오븐 속에서 가열해도 살아남는다. 이것은 절대 퇴치할 수 없는 신종 병원체다.'

미국의 과학저술가 리처드 로즈는 1997년 인간광우병의 위험을 경고하는 '죽음의 향연'이라는 책을 냈다. 인간광우병에 관한 당시까지의 최신 연구 성과를 전하면서 "성서에 나오는 수준의 재앙이 될 수도 있다"거나 "2015년에는 1년에 20만명의 광우병 환자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는 충격적 주장을 담아 큰 화제를 모았다. 지난 몇 달 동안 우리 사회에 광우병 괴담을 퍼뜨리던 세력들도 이 책을 무슨 신주단지 모시듯 했다.

▶로즈가 며칠 전 조선일보와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광우병은 멀지 않은 미래에 소멸할 것"이라며 정반대 입장을 밝혔다.
영국이 광우병 위험이 있는 소 수백만 마리를 도살 처분하고, 여러 나라에서 동물성 사료를 금지하는 조치를 취한 덕분에 광우병의 대재앙을 막을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제 미국 쇠고기를 통해 인간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담배 한 개비로 암에 걸리거나 벼락 맞을 확률보다 더 낮을 것"이라고도 했다.

▶로즈가 입장을 바꾸고 스스로 "미국산 쇠고기를 다시 즐기고 있다"고 한 것은 세계적으로 광우병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광우병에 걸린 소는 1992년 3만7316마리를 정점으로 꾸준히 줄어 올해는 발병건수가 10건도 안 된다. 인간광우병도 1999년 29명을 정점으로 계속 줄고 있고 올해는 아직 한 명의 환자도 안 나왔다. 그래서 어느 나라도 광우병에 대해 우리처럼 신경을 곤두세우고 벌벌 떨지 않는다.

▶영국 사회학자 스티브 풀러는 '지식인'이라는 책에서 '공공 사안과 관련된 논쟁에서는 진리를 위해 끈기 있게 싸워야 하지만 일단 자신의 주장이 오류로 판명나면 정중하게 인정하는 것'을 진정한 지식인의 자세로 들었다. 로즈처럼 자신의 오류를 분명히 밝히고 인정하는 것이 바로 지식인의 양심이고 용기다.
MBC 'PD수첩'은 광우병에 관한 왜곡·과장·허위 보도로 온 나라를 뒤집어 놓고도 언론중재위의 정정 보도 결정과 검찰의 중간 수사결과 등에 코웃음을 치고 있다. 이건 양심의 문제다.

김기천 논설위원 kc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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