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농동성당 게시판

가을에 한번쯤은 읽어 볼 만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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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송희 [songhee] 쪽지 캡슐

1999-09-03 ㅣ No.385

 

만남에 대하여 진정으로 기도해온 사람과 결혼하라

봄날 들녘에 나가 쑥과 냉이를 캐어본 추억이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

된장을 풀어 쑥국을 끓이고 스스로 기뻐 할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일주일 동안 야근을 하느라 미처 채 깎지 못한 손톱을 다정스레 깎아주는 사람과 결혼하라

콧등에 땀을 흘리며 고추장에 보리밥을 맛있게 비벼 먹을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어미를 그리워 하는 어린 강아지의 똥을 더러워 하지 않고 치울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가끔 나무를 껴안고 나무가 되는 사람과 결혼하라

나뭇가지들이 밤마다 별들을 향해 뻗어 나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고단한 별들이 잠시 쉬어 가도록 가슴의 단추를 열어주는 사람과 결혼하라

가끔은 전기불을 끄고 촛불 아래서 한권의 시집을 읽을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책갈피 속에 노오란 은행잎 한장 쯤은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

밤이 오면 땅의 벌레 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밤이 깊으면 가끔은 사랑해서 미안 하다고 속삭일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결혼이 사랑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사랑도 결혼이 필요하다

사랑한다는 것은 이해 한다는 것이며

결혼도 때로는 외로운 것이다

 

 

                                             정호승님의 결혼에 대하여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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