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동성당 게시판

내 친구 데레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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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자 [stellara] 쪽지 캡슐

2004-09-14 ㅣ No.4598

 

내 친구 데레사는...

 

지금 다른곳으로 이사하여 인접 지역에 살고 있는 데레사는 상계동에 입주하고 교우로서 알게된  15년도 더 된 친구입니다.  남편들의 이름은 똑같이 베드로이며 아들들만 둘 둔 것도 같은 점입니다.

그녀는 열 몇살의 처녀 시절 보따리(?) 품에 안고  전라도 신안의 섬을 떠나 서울로 서울로 올라온터라 순수한 진한 전라도 토박이 말씨를 사용하며 가끔씩 어떤 사투리를 말하면 웃음을 참지못해 우리들은 '깔깔깔... 호호호, 히히히...' 소란스런 웃음으로 그녀의 사투리에 즐거워 하기도 합니다.

 

그녀는 천성이 부지런하여 집안이 반짝 반짝 윤이 날 정도로 깔끔합니다.  음식 솜씨도 남달라서 그녀의 손이 지나간 음식은 누가 먹어도 감탄사를 안겨주지요.  마음씀도 넉넉하여 주위 사람들도 잘 챙기는 넉넉한 그릇입니다. 처녀시절 미용사의 직업을 가졌던 그녀는   늙어 기운없을때 자신이 제 머리를 잘라주겠노라고 예약(?}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노후에 전속 미용사 한 사람을 확보 해 놓아 다행이라 해야 할른지요.

선택은 아무나 안 해 준다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저는 전속 목욕사로 그녀의 때를 밀어 볼까해요.

 

그녀는 지금 어느 교우집에 살림을 돌보아주는 일을 거의 10년쯤 하고 있습니다.처음 그녀는 암에 걸려 투병중이던 어느 자매댁에 그 자매의 간호를 위해  출퇴근을 하기로 했습니다. 오래지 않아 그녀의 품속에서 투병중이던 자매는 하느님의 품안으로 돌아갔습니다.

세상에서의 소풍을 마친 그녀가  남편과 어린 두 남매를 두고 어찌 눈을 감았는지 모르겠다고 데레사는 눈물 지었습니다. 아마 큰 아이가 초등학교를 갓 들어갔고 작은 아이는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 소녀였지요.   데레사는 자매를 보내고 이번에 그 댁에 살림을 맡아하며 아이들을 돌보기로 했습니다. 그 아이들은 이모라 부르며 슬픈 자신들의 속내를 감추이고 데레사를 의지하며 잘 자라고 있습니다.

 

때론 엄마가 되어 학부모회의에도 나가고 사춘기가 되어 흔들리는 큰녀석의 무서운 이모가 되어 자신의 친 자식처럼 혼도 내어주며 다독이며 키워주고 있습니다. 자기집 살립살이와 두집의 살림을 해 나가면서도 두 집안 모두 윤이 나는 향기로운 살림살이솜씨를 보이고 있습니다.  자기 가정 하나도 말끔이 유지하기 어려운데 가히 한국 여인다운 의지력이지요. 제가 '너는 슈퍼 우먼'이라고 하면 저더러도 같은과 라나요?

 

내 친구 데레사는 엄마 잃어 마음이 훵한 어린 두 자녀를 내엄마 있는 아이들 보다 더 구김없이 잘 챙겨 먹이고  몸과 마음이 평온한 아이들로 키워냈습니다. 그 아이들의 아빠는 우리의 데레사에게 무척 고마워합니다.  첫 영성체도 시키고 신앙생활도  잘 시키고 있네요. 벌써 큰 아이가 열 여덟살의 젊은이가 되어 있더군요.

 

자신의 두 아들도 번듯이 잘 키워서 반듯한 젊은이로 키워놓고 열심히 일하고 저축하여 안정된 생활을 이루어 보는이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합니다.  한알의 밀알이 되어준 내 친구 데레사를 정말 사랑합니다.

오늘밤 그 친구는  우리 모임의 부부들을 위해 맛있는 추어탕을 먹여 준다고 초대해 놓고 지금쯤 온갖 솜씨를 발휘할 준비를 하고 있을 겁니다.  가을밤 좋은 분들과 좋은 음식을 함께하며  '함께하는 우리,신명나는 공동체, 중계동 성당을 위하여'를 외쳐 볼까요?

 

스텔라가 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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