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동성당 게시판

***포인세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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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석 [haein] 쪽지 캡슐

2002-02-18 ㅣ No.8802

 

포인세티아는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꽃입니다. 1828년 미국으로 이 빨간 꽃을 가져온 멕시코의 첫 번째 대사였던 Dr. Joel Poinsett의 이름을 따서 포인세티아(Poinsettia)라는 이름으로 불린다고 합니다. 멕시코인들은 포인세티아를 베들레헴의 별의 상징으로 생각했지요. 꽃말은 ’축하, 축복, 내 마음은 타고 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포인세티아의 꽃은 가운데 수술같이 달린 것이고, 우리가 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꽃턱잎이랍니다. 꽃턱잎이란 꽃 바로 아래 달린 잎으로, 다른 잎들과 색깔이 달라져 꽃잎처럼 보이는 것을 말하지요. 포인세티아의 영향인지 크리스마스의 전통적인 색깔은 초록색과 빨간색입니다.

 

저는 포인세티아만 보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꽃의 전설과 함께 ’하느님은 마음의 중심을 보신다’는 말씀이 떠오르기 때문에. 세상사야 마음대로 할 수 없지만 마음이야 내가 다스리면 된다고 생각하서 살아가는 사람이니까요.

 

옛날 옛날 아주 오랜 옛날, 멕시코의 한 마을에 루시다라는 소녀가 살았답니다. 부모님 말씀 잘 듣고, 동생도 잘 돌보고, 집안 일도 스스로 돕는 착한 아이였지요. 크리스마스는 마을의 가장 큰 명절이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크리스마스가 오기 훨씬 전부터 전야제 행사 때 성당에 가지고 갈 선물을 준비하였답니다. 루시다네 집에서는 연극에 나오는 아기예수를 감쌀 모포를 준비하기로 했어요. 어머니는 일곱 가지 무지개색 실을 새로 마련하여 모포를 짜기 시작했지요. 루시다는 성당에 가서 열심히 합창연습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웃집 아주머니가 헐레벌떡 루시다를 찾으러 오셨습니다. 어머니께서 병에 걸려 도시의 병원으로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아버지께서도 어머니를 간호하기 위해 함께 떠나야 한답니다. 어린 동생도 돌보고, 집안 살림도 하고, 가축까지 돌봐야 하는 힘든 나날이 계속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어머니께서 만드시던 모포를 완성하여 선물로 바치고 싶었어요. 늦은 밤 모포를 짜다가 그만 깜박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 날 일어나서 보니까 실이 이리저리 엉켜서 엉망이 되어 있었어요. 졸면서 하다가 망쳐 버린 것이지요. 루시다는 엉망이 된 모포를 바라보면서 너무나 속이 상했습니다. ’아, 예수님 탄생 축하 선물을 망쳐버렸으니 큰일이네. 집안에는 선물로 할 적당한 물건이 없는데...’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래, 들에 가면 아름다운 풀들이 있어. 예쁘게 다발을 만들어서 예수님께 드려야지.’ 신이 나서 들로 뛰어 갔습니다. 한아름 들풀은 꺾어와서 예쁘게 포장을 했습니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루시다의 선물을 이해할 수 없었어요.

"풀다발을 선물하다니. 루시다가 집안일 때문에 힘들어서 머리가 이상해졌나 봐."

마을 사람들의 수군거리는 소리에 힘이 쭉 빠졌습니다. ’정성껏 준비한 선물인데 사람들은 비웃는구나. 그렇지만 하느님께서는 내 마음의 선물을 기쁘게 받아 주실 거야.’

"하느님, 죄송합니다. 정성으로 마련한 선물이니 받아주세요. 내년에는 꼭 아름다운 모포를 짜서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앗! 갑자기 초록색 잎 몇 개가 붉은 색으로 변하였습니다. 그러자 루시다의 선물은 너무나 예쁘고 싱싱한 꽃다발이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 루시다의 마음을 보시고 선물을 기쁘게 받아주신 증거이지요. 사람들은 너무나 놀랐습니다.

크리스마스 전야제를 마치고 마을 사람들이 성당 밖으로 나왔을 때, 사람들은 또 한번 놀랐습니다. 온 마을의 들풀이 빨갛게 물들어 불타는 듯한 아름다운 광경이 그들 눈앞에 펼쳐진 것이지요.

 

루시다의 마음의 선물과 그 마음을 읽으셨던 하느님의 은혜로 붉은 색 꽃턱잎을 가진 포인세티아가 탄생한 것이랍니다.

 

선물은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마음 가짐임을 다시한번 보게 됩니다. 보여지는 것보다 준비하는 마음씨를 보시는 하느님은 언제나 우리들의 겉으로 들어난 행동이나 봉사보다는 하느님의 말씀을 얼마나 따르고 실천하며 살아가는지를 보시겠지요?이제 사순 제 1주 첫날을 시작하면서 나는 그분에게 무엇을 선물할 수 있을까?생각해 봅니다. 우리집에 제가 정물화를 그리다가 포인세티아의 정교한 색상이 나오지 않아 아직도 미완성으로 남아 있는 그러한 그림이 아니라 진정 사순 시기를 잘 보내서 눈부신 빛으로 다가오시는 그분의 부활을 부끄러움으로 받아 들이지 않고 허리를 쭉 펴고 가슴으로 한껏 기쁨을 받아 들일 수 있는 날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곰곰히 생각에 잠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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