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회성당 자유게시판

명동성당 주보지를 읽고서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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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타비아 [war2003] 쪽지 캡슐

2002-09-09 ㅣ No.2722

명동성당의 ’서울주보’를 읽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1) 명동성당 주임신부는 사용자 편입니까?

"힘으로 직장을 점령하고 환자를 괴롭히고 있는데 이것이 폭력이 아니고 평화시위이며 만일 이들을 몰아내면 그것만 폭력이란다." (글 중에서 인용)

 

명동성당 주임신부가 소외된 이들과 함께 하는 성직자라면 교회가 운영하고 있는 성모병원의 파업에 대해 ’왜 조합원들이 파업을 하게 되었을까?’라고 한번쯤은 조합원의 편에서 생각해 보았을 테지요. 그런데, 주보의 글을 읽다보니 파업의 이유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없이 ’감히 교회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파업을 하다니...’라는 생각이 깔려있더군요. 바로 그것이 사용자의 시각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겠지요.

조합원들이 100일이 넘게 힘든 파업을 하고 있으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인데 그 이유는 따지지 않고 ’직장을 점령하고 환자를 괴롭히는 폭력’이라고 단정하고 조합원을 폭력배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정말 충격을 받았습니다.

 

2) 명동성당 주임신부는 가진자의 편입니까?

"기자들의 보도 시각은 대체적으로 노조의 시각과 같은 모양이다."(글 중에서 인용)

 

게다가 언론에 대해서도 불만인가 봅니다. 언론이 명동성당 주임신부처럼 사용자의 편에 서서 ’직장을 점령한 폭력배’정도로 맞장구를 쳐주지 않아서 불만인가 보지요. 조합원의 입장에서 보면 언론은 가진 자의 편에 서서 소외된 자의 가려움만 겨우 긁어주고 있을 뿐입니다. 언론이 파업을 언제 심층적으로 다루기나 했나요? 언론은 당연히 가진 자의 편을 들어주어야 한다는 보수적인 시각 - 정말 충격적입니다.

 

3) 교회의 역할에 대해서는 참 순수한(?) 생각을 갖고 있더군요.

"의술을 인술화 하여 의료혜택에서 소외된 불쌍한 이들에게 나누어주는 역할이야말로 교회의 몫이다."(글 중에서 인용)

 

상당히 공감이 가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경영의 논리가 배제된 순수한 자선병원이 정말 가능할까?’하는 의구심이 있습니다. 아마도 그럴러면 교회의 재정을 병원에 많이 쏟아 부어야 할텐데, 점차 보수화되고 있는 가톨릭이 그런 중대한 결단을 할 수 있을지 말입니다. 설령, 그런 결단을 한다 하더라도 기존의 병원을 자선병원으로 바꿀려면 조직과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텐데 그런 강제적 방법이 가톨릭의 이념과 맞다고 생각하는지요.

 

4) 노조와 교회는 악연이라고요? 그 악연을 끊어야 한다고요? 그렇다면 조합원은 신자가 될 수 없단 말인가요?

"일단 병원도 직장이라서 노조가 있고 그러다 보면 병원운영을 담당하는 성직자나 수도자는 노조와 끝없는 줄다리기를 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교회가 사회와 복음을 위하여 봉사하는 모습이라고 보이지 않는다."

"노조는 언제까지 이런 구태의연한 노동투쟁을 할 것이며, 교회는 언제까지 이 일에 얽매여 있어야 하나? 노조와 교회의 악연을 끊는 일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겠다."(글 중에서 인용)

 

병원도 직장이라서 노조가 있고 노사간에 줄다리기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 아니라, ’당연한 현실’입니다. 사용자의 입장에서 보면 노조가 불편한 존재니까 없으면 좋겠지요. 하지만, 소외된 사람의 정당한 권리 확보를 위해서는 노조가 반드시 필요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혹시 주임신부는 ’다른 직장에는 노조가 있어도 되지만, 교회가 운영하는 직장에는 노조가 절대 있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건가요? 그래서 교회와 노조를 악연이라고 표현했습니까? 그렇다면 정말 이율배반적입니다. 명동성당 주임신부의 입장대로라면, 노조를 하는 사람은 교회의 신자가 되어서는 안되겠군요.

 

결론적으로 명동성당 주임신부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1. 교회가 운영하는 직장에 있는 노동조합은 파업을 해서는 안되고, 파업을 하는 노동조합은 없어져야 한다. 파업은 공권력을 투입해서라도 해산시켜야 한다.

2. 병원에서의 파업에 대해 언론은 ’직장을 점령하고 환자를 괴롭히는 폭력’으로 보도해야 한다.

3. 교회가 병원을 운영하려면 교회의 재정을 투자해서라도 자선병원으로 운영해야 하고, 현재의 병원도 강제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자선병원으로 바꿔야 한다.

4. 교회와 노조는 악연이다. 노조와 관련된 세력과 관계를 맺어서는 안된다. 그런 사람은 신자로 받아들일 수 없다.

 

명동성당 백남용 주임 신부님!

이 글의 내용을 인정하지 않는다해도 실망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한가지만 간곡히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무 편견없이 파업현장에 직접 오셔서 조합원들과 대화를 나누어 보십시오. 그곳에 주임신부께서 고민하시는 문제에 대한 해답이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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