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동성당 게시판

잃어버린 것들을 슬퍼합니다

인쇄

강수근 [sylver] 쪽지 캡슐

1999-06-01 ㅣ No.579

오랜 시간동안 안보던 펠릭스의 축일을 축하한다.

 

대부라고 변변히 기도한번 제대로 해준적도 없고 ....

----------------------------------------------------

사실 어제 집에서 게시판의 글을 보고 예전의, 교사시절의

교사수첩을 찾아보았습니다.

집엔 8권이 다있지는 않더군요...

아마도 이사하고, 결혼하고 하면서 잊어버린것도 있나봅니다.

거기에 펠릭스의 축일이라고 연필로 동그라미 쳐진날이 있더군요.

 

제가 잃어버리고 사는 것이 참 많습니다.

그중 제일큰게, 죄가 될지도 모르는것이

대자들입니다.

성당에서 교사를 오래하다보니

성당 어머님들이 세례때 마다

제게 대부를 서달라고 하십니다.

 

이럴줄 알기에 완곡히 거절하지만

번번히 들어들일 수 밖에 없는것이 사실이였지요

그래서 생긴 대자가 얼마인지도 모릅니다.

 

(생각해 보세요. 8년간 1년에 1~2회의 세례식이 있고

 그때마다 2~30명이나 절 찾아왔으니...)

 

근데 대부를 서고 나서는 그 아이들을 모두 기억하려 노력 하지만

잘 않됩니다.

그게 그래요.... 사람인데요....

참 놀기 좋아할 나이고....

 

하지만 성당 주일학교에서 꽤 눈에 뛰는 아이들은 기억이 됩니다.

그 아이들을 위해서는 생각날때 마다 기도합니다.

하지만 기억도, 눈에 뛰지도 않는 아이들은....

 

전 그 아이들을 버렸습니다.

지금 그친구들이 모두 여러분들 같은 나이가 되었을 것이고

아마 여러분들 중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용서를 구합니다.

 

혹 잃어버린 대자들 중에

지금 성당에 다니지 않는 친구들이 있다면

지금 기도하겠습니다.

"그들이 당신을 찾지 않는 것은 날 탓하시고,

 그들의 자랑스러움으로 거둬주십시오"

 

---------------------------

행복합시다. sylver



66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