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동성당 게시판

바람 바람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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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환 [mutant0] 쪽지 캡슐

2000-09-01 ㅣ No.4141

 

태풍주의보

 

- 김정환 -

 

바람이 분다 숱한 사연의 거리에

바람은 이렇게 내가 갈 곳 없이

그냥 이렇게 기다리고만 서 있어도

불어올까

바람은 내 마지막 남은 우산살마저 꺾고

빗속에 내논 외투를 마구 흔든다

바람은 내 몸집이 들어갈 만큼 큰 빈자리를 만들어

나는 그 빈자리에 휩싸여 뿌리채 뽑힌다

내가 바람에 날아가도

바람은 계속 불어올까

불어올까, 바람은 집채만한 파도를 몰고와

내가 아직 연연해 하는 것들을 쓰러뜨리는데

그것은 낯익은 간판, 잘 들르던 다방, 술집 여종업원 따위

나도 쓰러질 듯, 몸을 가누고

내가 이렇게 그냥 쓰러져 맨살을 빗속에 내놓고 나뒹굴어도

바람은 계속 불어올까

바람이 분다 숱한 사연의 거리에

바람은 내가 이렇게 갈 곳도 없이

그냥 이렇게 아무 말 없이

기다리고만 서 있어도

불어올까

 

 

 

 

어제는 부산에 다녀왔습니다.

태풍과 함께 서울에 올라왔습니다.

많은 비바람으로 힘들어하시는 분들도 많이 보였고, 볼 수 밖에 없더군요.

피해가 적기만을 바랍니다.

그분들을 위해 영광송 드릴려구요.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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