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동성당 게시판

시를 쓴다는 것이 이미 부질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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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옥선 [quark] 쪽지 캡슐

2000-09-08 ㅣ No.4301

 

 

 

시를 쓴다는 것이 이미 부질없구나

 

 

                             김 광 균

 

 

주안 묘지 산비탈에도 밤벌레가 우느냐,

 

너는 죽어서 그곳에 육신이 슬고

 

나는 살아서 달을 쳐다보고 있다.

 

 

가물에 들끓는 서울 거리에

 

정다운 벗들이 떠드는 술자리에

 

애다.

 

네 의자가 하나 비어 있구나.

 

월미도 가까운 선술집이나

 

미국 가면 하숙한다던 뉴우욕 하렘에 가면

 

너를 만날까

 

있더라도 김형 있소 하고

 

손창문 마구 열고 들어서지 않을까.

 

네가 놀러 가 자던 계동집 처마 끝에

 

여름달이 자위를 넘고

 

바람이 찬 툇마루에서

 

나 혼자

 

부질없는 생각에 담배를 피고 있다.

 

번역한다던

 

’리처어드 라잇’과 원고지 옆에 끼고

 

덜렁대는 걸음으로 어딜 갔느냐.

 

철쭉꽃 피면

 

강화섬 가자던 약속도 잊어버리고

 

좋아하던 ’존슨’ ’브라운’ ’테일러’와

 

맥주를 마시며

 

저 세상에서도 흑인시를 쓰고 있느냐.

 

해방 후

 

수없는 청년이 죽어간 인천 땅 진흙 밭에

 

너를 묻고 온 지 스무 날

 

시를 쓴다는 것이 이미 부질없구나.

 

 

 

 

 

 

* 이미 라파엘님이 ’9월’이라는 자작시를 올렸지만,,,  

  저는 미흡한 글솜씨로 인해,,,

  김광균님의 <시를 쓴다는 것이 이미 부질없구나>로

  대신하여 그분의 넋을 기립니다...

  풍요로운 추석,,,

  가슴 한켠에...

  구월의 어제를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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