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첸시오 성인과 나의 추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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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철 [u2csun] 쪽지 캡슐

1999-09-27 ㅣ No.640

다섯 번째의 인연

 

1990년 초겨울이었습니다. 저를 포함해 갓 영세를 받은 대구대교구 계산주교좌성당의 영세동기들은 신부님이나 수녀님의 권유에 따라 각종 단체에 가입했습니다. 수녀님께서는 제게 빈첸시오회에 가입하기를 권유하셨고 그대로 따랐습니다. 당시 제가 다니던 계산동본당에는 이미 성인들로 구성된 빈첸시오회가 있었으며 활동 또한 매우 활발하고 회원도 많아 회를 두개로 나눠야 할 정도였습니다.

 

제 중매장이(?)이자 교리를 가르치시기도 했던 이경수 라파엘 신부님께서는 당시 청년회를 맡고 계셨는데, 청년회 활동을 지나 단체활동이 다소 소극적이었던 청년들을 모아 새로운 빈첸시오회를 결성할 계획중에 신영세자들을 몇 명을 가입케 하셨습니다. 빈첸시오 성인과의 첫 만남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이곳에서 제 반려자도 만나게 되었으니 보통 인연은 아니었지요? 이 둘째 인연은 생략하겠습니다.

 

1994년 10월 국제적십자위원회에서 실시하는 교육을 받기 위해 스위스 제네바에 2주 동안 머문 일이 있었습니다. 어느 일요일 아침 제네바의 플랑팔레 광장으로 산책을 나갔습니다. 그곳에는 매주 벼룩시장이 열리고 있었는데 이는 제네바의 명물중의 하나입니다. 넓은 광장 중앙에는 아이들이 뛰놀고 있었고, 광장 둘레에는 사용하지 않는 오래된 물건들을 진열해놓고 팔려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물건을 팔려고 나왔다기보다는 소풍 나온 것처럼 마냥 한가로운 풍경이었습니다.

 

광장 한편에서는 우표를 판매하고 있었는데 문득 눈에 띄는 우표가 있었습니다. 적십자의 창시자인 장 앙리 뒤낭과 빈첸시오 성인의 초상이 담긴 우표가 나란히 붙어 두 장인 세트로 만들어져 있는 것이 아닙니까?  ’이것이야말로 바로 내 것이구나’ 하며 얼른 샀습니다. 한쪽은 제가 다니고 있는 적십자사의 창시자요, 다른 한 쪽은 성당에서 활동하는 단체의 성인이라......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이것이 빈첸시오 성인과 관련된 네 번째 인연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럼 세 번째 인연은 무엇이냐고요? 바로 오늘, 성 빈첸시오 드 폴 사제 축일이 제 둘째 아이의 다섯 번째 생일이자 축일이랍니다. 빈첸시오 성인과 더불어 하느님께서 제게 주신 또 하나의 선물이었습니다. 이만하면 빈첸시오 성인과 저와의 인연도 꽤 만만치 않지요?

 

지금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로 이사와 노원성당으로 처음 미사를 드리러 갔을 때 성당 마당에서는 빈첸시오회의 후원회원을 모집하고 있었습니다. 너무 반가웠습니다. 빈첸시오회에는 활동회원과 후원회원이 있답니다. 활동회원들은 시간을 내 직접 봉사하시는 분들이고, 후원회원들은 시간을 내기가 힘들어 직접 봉사활동에 참여하긴 어렵지만 대신 물질적으로 정성을 모아주시는 분들이지요. 본당의 궂은 일은 도맡아 처리하고 드러내지 않는 가운데 조용히 그러나 열심히 봉사하고자 했던 청년시절의 빈첸시오 활동이 새삼 기억났습니다. 작지만 아름다운 소공동체를 만들어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하고자 했던 빈첸시오회의 활동을 통해 전 참으로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다가오는 주일에는 그 동안 마음은 있었지만 차일피일 미뤄왔던 빈첸시오회의 후원회원에 꼭 가입하기로 다짐해 봅니다. 이것이 다섯 번째 인연일까요?

 

10단지 김 클레멘스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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