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동성당 게시판

[요서비생각]퇴근길에피소드-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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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수 [MAYO] 쪽지 캡슐

1999-09-22 ㅣ No.540

지금 시간은 새벽입니다. 전 지금 친구와(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는) 기분 좋은 술 한잔을 했습니다. 추석 전이라 바쁜 것도 있어서 갖은 눈치를 보며 나왔지만 아주 즐겁게(?) 술 한 잔 했습니다. 그 증거 - 집에 오자마자 아롱이를 깨물었음(술버릇 중에 하나)

오늘은 술버릇 얘기가 아니고, ’시작’에  대한 얘깁니다.

 

택시에서 내려 골목길을 접어 드는데 왠 오토바이가 한 대 멈춰 섰습니다.    ----?

자세히 봤더니 영준이 형이었어요. 신문을 하나 집어 주더군요. 기왕이면 스뽀츠로 주지, 왠 경제 신문...     아뭏든 형은 떠나고 제 손엔 신문하나 달랑 들려 있더군요.

다시 발걸음을 옮기며 나도 모르게 신문은 내 코로 다가섰습니다.

 

그 신문에서 풍기는 석유냄새, 인쇄하고 얼마 되지않은 냄새지요.

그 때 느꼈습니다. ’아! 지금 시작이구나’  이런 경우는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많이들 느낄겁니다.

이사를 했는데 도배지에서 풍기는 풀냄새 라던지, 새 옷을 사입었을때의 그 사각거리는 느낌, 그 옛날 풀먹인 이불을 처음으로 덮었을 때의 느낌, 새 책을 샀을 때의 책 냄새.....

 

이렇듯 처음 시작은 항상(?) 새롭고 신선한 느낌입니다.

이제 가을이 제법 우리 곁에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겨울도 오겠지요.

뭐, 식량을 비축할 일은 없겠지만, 대신 마음을 비축하십시요.

그래서 나중에 지금 더 추워졌을 때, 그 때, 비축한 여러분의 따뜻한 마음을 푸십시요.

물론 지금이라도 여유있으신 분은 이번 명절에라도 푸세요.

여러분의 마음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틀림없이 있을 겁니다.

 

자,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이 추운 새벽에 반팔, 그것도 나시(왠만하면 이 말은 쓰지 맙시다....)를 입은 영준이형이 생각납니다.

"형! 수고하세요, 형의 손길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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