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남터성당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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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훈 [epitaph4] 쪽지 캡슐

1999-07-19 ㅣ No.155

이제야 알았습니다

 

 

이제야 알았습니다


주님, 당신은

반항만 일삼던 저희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으시고

한결같은 사랑을 보여주셨습니다.

사랑은 받아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

사랑은 받아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고귀한 하느님의 선물임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전에는 이기심에 억눌려 사랑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사랑에 대해 말하고 사랑한다고 감히 말해왔습니다.

사랑은,

자기를 마지막까지 버리는 작업을 하지 않고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임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당신이 종이 되어 우리의 발을 씻어주실 때

비로소 사랑이 무엇인지 보았습니다.

사랑에 대해 아는 체하는 이가 많아도

사랑을 진정으로 아는 이는 드뭅니다.

사랑은 하느님에게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저는 당신의 친구들을 벗이라 부르며 종으로 만들었는데

당신은 저희를 친구라 부르며

저희의 종이 되셨습니다.

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이는 사랑만이 참된 것임을

이제 이 눈으로 보았습니다.

주님, 저희가 보고 배운 것을 이제는 그대로 실천할 수 있게

지혜와 용기와 의지를 주십시오.



- 김 현 옥 수녀 -

'제가 마음에 드신다면' - 기도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중에서



새남터에서 실질적인 신앙 생활을 시작했더랬습니다.

벌써 11년이 흘렀군요.

처음 '대건회'에 가입했고, 그 다음에 주일학교 중고등부 교사생활,

미사해설, 그리고 레지오 창단 멤버로 부름을 받아서 활동을 시작 했고,

청년레지오를 창단시키기 위해 여러 청년들과 술잔을 기울였던 일,

그리고

사목위원으로 여러해 동안 ·····

은총 속에서 별탈없이 신앙생활을 했더랬는데····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아마도 성모님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아닌가?

본당에 레지오 '꾸리아'가 설립될 때 까지만,

그때 까지만

이곳에 있겠다고 개인적으로 성모님께 약속드렸었는데,

그 약속을 지키지 않고 더 머물려했기 때문에····

정말입니다.

그 이후로 여러 가지 일들이,

개인적이거나 교회에서의 일들이

정말 여러 가지로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맡았던 교회의 여러 직책에서 모두 물러나고서도

그치지 않았습니다.

결국 정든 이곳 새남터를 떠나기로 결정하고

모든 것을 정리하기로 한 뒤부터

성모님께서는 하나하나

막히고 꼬였던 일들을 풀어주시기 시작했습니다.

성모님께 약속드렸던 것보다 2년 이상이나 늦어지긴 했지만

비록 제 인간적인 마음에서는

아쉽고 안타까운 일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지만

약속드렸던 그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떠나야만, 떠나야만이 ····

그 동안 많은 교우분들께서

베풀어주신 후의에 감사도 제대로 드리지 못하고

은혜에 갚음도 못하고

이렇게 훌쩍 떠납니다.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있었던 많은 일들,

즐거웠던 일, 괴로웠던 일, 슬펐던 일들

그리고 아름다웠던 일들, 그 모든 것을 추억 속에 묻어놓고

훌쩍 떠나자니 참으로 가슴이 저려옵니다.

새남터 교우 여러분!

떠나가면서

일일이 찾아 뵙고 인사를 드리지는 못하지만

영육간에 건강하시고

주님 은총안에서 늘 평화로운 삶되십시오.


이 영 훈 베 드 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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