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릉동성당 게시판
秋夜長-최민순 신부님 詩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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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夜長
최 민순
창너머 한그루 미루나무 달빛이 하 맑아 더욱 서러워지는 애달픔인 것을
아득히 기러기 울음 소리는 몇 잎 그 잎새 떨구며 서리찬 하늘을 떠나갔느뇨
어깨 으스러지는 듯 팔 다리 들쑤시고
짤 짤 달아오르는 신열에 뼈끝 마디마디 시려오는 밤을 혼자서--- 다만 새워야 하는 이 밤이야 추야장 추야장 길기도 하여라
........ 눈 먼 딸이라도...
이불 섶 여미어 주고 주므르는 손길을 아쉬워 하며 타도록 마를 입시울이 살 웃음을 지운다
그 얼마나 사랑하던 고독이드뇨
내 언제고 이 밤처럼 매양 안으로 쇠를 건 연옥의 캄캄한 어둠 속에 임종이 호젓하리니
싸늘히 누워 있을 몸 십자가를 이루어 줄 아침 감실 안 호스찌아를 처음 닮아 보리라
그날 밤 너 벽에 시들은 빨마야 다음 성회례를 잊어도 좋으리라 별들의 합창 새로운 호산나를 읊조릴 즈음
나---다시 푸르러진 가지 너를 들고 저어기 은하수 건너서 님을 뵈러 가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