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릉동성당 게시판

秋夜長-최민순 신부님 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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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주 [kimsj] 쪽지 캡슐

1999-04-24 ㅣ No.1557

       秋夜長

 

             최 민순

 

창너머 한그루 미루나무

달빛이 하 맑아

더욱 서러워지는 애달픔인 것을

 

아득히 기러기 울음 소리는

몇 잎 그 잎새 떨구며

서리찬 하늘을 떠나갔느뇨

 

어깨 으스러지는 듯

팔 다리 들쑤시고

 

짤 짤 달아오르는 신열에

뼈끝 마디마디 시려오는 밤을

혼자서---

다만 새워야 하는 이 밤이야

추야장 추야장 길기도 하여라

 

........

눈 먼 딸이라도...

 

이불 섶 여미어 주고

주므르는 손길을 아쉬워 하며

타도록 마를 입시울이

살 웃음을 지운다

 

그 얼마나 사랑하던 고독이드뇨

 

내 언제고 이 밤처럼

매양 안으로 쇠를 건 연옥의

캄캄한 어둠 속에 임종이 호젓하리니

 

싸늘히 누워 있을 몸

십자가를 이루어 줄 아침

감실 안 호스찌아를

처음 닮아 보리라

 

그날 밤 너

벽에 시들은 빨마야

다음 성회례를 잊어도 좋으리라

별들의 합창

새로운 호산나를 읊조릴 즈음

 

나---다시 푸르러진 가지

너를 들고

저어기 은하수 건너서

님을 뵈러 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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