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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샐러리맨의 3박4일 이별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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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익 [asiaman] 쪽지 캡슐

2000-07-27 ㅣ No.1337

    

 

 

퍼온 글임다.

 

[어느 중년샐러리맨의 3박4일 ’죽음여행’]

 

“기관지 임파선에 종양이 있네요. 고약한 곳이라 심할 것 같은데…. 바로 입원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삼성생명 김영굉(金泳宏·42)이사는 11일 정기 건강검진 결과를 듣던 날의 충격을 잊지 못한다. 그날 이후 그는 격렬한 감정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다행히 종양은 물혹으로 판명돼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종양제거 수술에서부터 퇴원까지 3박4일간 그는 ‘정신적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왔다고 고백했다.

 

 

그가 24일 ‘3박4일의 이별연습’이라는 제목으로 쓴 당시 일기를 회사 후배들에게 E메일로 공개했다. 김이사는 “엄살이라고 놀림 당할까봐 묻어두려 했지만 깨달은 것이 너무 많아 주변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고 일기 공개의 배경을 설명했다.

 

 

후회와 자책으로 시작되는 그의 편지는 그룹 전체로 삽시간에 퍼져나가 화제다. ‘담배를 끊었더라면 후회와 가족에 대한 미안함은 훨씬 덜 할텐데. 자꾸 눈물이 난다. 왜 그런가? 죽음이 두려워서인가? 마흔을 넘겼으면 적어도 한 달에 몇 번쯤은 삶에 대해 돌아봤어야 하지 않았나. 도대체 뭘 하다 막판에 몰려 이렇게 갈팡질팡하는가.’

 

 

병원에 입원해서는 의사의 말과 표정 하나하나에 천국과 지옥을 수없이 오갔다. 수술 전날 그의 심경은 참담했다.

 

 

‘삶은 어둠과 밝음이 있는 것을…. 지금까지 나는 밝은 편에 서 있었고 또 그걸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저쪽 편에서는 무수한 화살이 날아오고 있고 내가 그 화살을 오늘 맞을지 내일 맞을지 아무도 모른다. 영원히 살 것 같은 착각 속에서 어떻게 그렇게 철저히 외면해 왔을까. 내일 저녁이면 모든 것이 결정된다. 기다림이 차라리 더 고통스럽다.’

 

 

그러나 막상 수술을 마친 뒤 들려온 아내의 첫마디는 그를 다시 삶의 환희로 들뜨게 했다. ‘암은 아닌 것 같다는 아내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온몸에 전류가 흘렀다. 그토록 재미없어 했던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이 이렇게 기쁘다니.’

 

 

김이사는 ‘다시 돌아온 일상’이 그렇게 달라보일 수 없다고 말했다. 아무 것도 달라진 것 없는 회사일과 가정생활이 전혀 다른 의미와 무게로 다가온 배경은 그가 병원문을 나서며 세운 삶의 원칙 5계(戒)에 있는 것 같다.

 

 

‘1. 금연 2. 사랑할 시간과 능력이 있을 때 충분히 사랑하자(이보다 중요한 일? 없습니다) 3. 관대와 자비와 감사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한 생활(지금이 행복하다는 걸 충분히 알면서 살아야겠습니다) 4. 인생에 대한 주기적인 고찰과 명상(집착말고 크게 생각하는 그 무엇을 찾아야… 인생이 두려워졌습니다) 5. 말기암 환자가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돕는 안락사 운동에 동참하자.’

 

내일 다시 일기장 전문을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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