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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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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희 [bronte] 쪽지 캡슐

2002-08-23 ㅣ No.2210

로마 신화는 사실, 부부란 세상에 떨구어진 영혼의 반쪽으로 서로가 결혼으로 완전한 결합을 할 때까지 서로를 찾아 헤맨다는 낭만적인 설파를 하지만, 막상 사랑에 대한 환상이 걷힌 결혼의 이면에는 아이들의 기저귀와 밀린 청소 더미, 그저 그런 스푼으로 퍼담아야 할 현실이 후수죽순처럼 돋아난다. 마치 ’결혼생활은 남편의 더러운 양말을 빠는 것으로 시작된다’는 미국 속담처럼.

 

결혼, 비슷하면서도 다른

 

결혼이 현실이라면, 배우자를 선택과 연관되어 뭍 선남선녀들이 고민하는 지구 역사상 가장 오래 된 질문은 바로 ’과연 결혼은 성격이 비슷한 사람과 해야 할까’ 아니면 ’서로를 보충 해줄 수 있는 반대되는 사람과 만나야 할까’라는 동질성과 상보성의 문제일 것이다.

 

만만치 않은 이 질문에 대해 사회 심리학자 힐과 루빈은 재미있게도, 사람들은 연령, 지능, 교육정도, 종교, 신체적 매력도와 심지어 신장조차 비슷한 사람끼리 데이트하고 결혼하는 경향이 있다고 결론지었다. ’걸 맞추기 효과’라는 이러한 심리학의 원리는 일단은 우리가 근접한, 그러면서도 친숙하고 유사한 사람에게 심정적으로 끌리고 결혼을 하게 된다고 이야기해준다.

 

그러나 걸맞는 짝에도 예외는 있다. 사람들은 유사성이 일종의 위협이라고 지각하게 되면 오히려 상대방에 대한 호감을 잃어버린다. 예를 들어 술에 약해 실수를 많이 하는 남자는 자신의 아내될 사람이 밀밭에만 가도 취해 횡설수설 한다면 사랑하는 그녀속에서 자기 자신의 싫은 점을 보는 모순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유사성 못지 않게 사람들은 흔히 자신이 발휘하지 못한 능력이나 매력을 갖는 사람에게 깊이 끌리기도 한다. 그렇다면 ’순간의 선택이 일생을 좌우하는’ 결혼에 걸맞추기 효과와 욕구 상보성 가설 모두가 작용하는 터.

 

그러나 놀랍게도 10년 이상 결혼 생활을 유지한 결혼만족도가 높은 부부들을 연구한 결과, 대다수의 심리학자들은 공통적으로 결혼 생활을 성공적으로 이끈 부부들이 사회적 기술이나 매력, 생활상의 독특한 흥미들이 다를지라도, 어떤 측면에서 아주 비슷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즉 너무 다르면 고통을 일으키는 ’치명적인 차이’가 될 수도 있는 중요한 궁합의 요건은 바로 부부의 1) 에너지 수준 2) 가치관 3) 정서적 성숙도.

 

에너지 수준이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이 부부가 되었다고 상상해 보자. 구들장에 배 깔고 드러눕기가 취미인 사람들은 주말의 정의를 ’쉬는 것’이라고 말하는 반면, 스태미너 넘치는 배우자는 똑같은 주말을 ’노는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주말이면 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이 불꽃튀며 전개될 것이고 결국 따로따로 노는 것이 편하다는 결론에 이르는 것은 뻔할 터.

 

가치관의 경우는 사람과 세계를 보는 근본적인 기초가 될 것이므로 이것이 차이가 난다면 부부의 미래가 힘들 것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불문가지일 것이다. 아무래도 페미니스트 사상이 강한 여성이 가부장적인 남자와 결혼하는 일은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같은 로맨틱 코메디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지 않는가.

 

또한 정서적 성숙도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부부관계 연구의 가장 확실한 결론 중 하나는 아무리 부부가 외모나 학벌, 경제적 능력 등에서 차이가 나더라도, 정서적 성숙도만큼은 비슷한 사람끼리 결혼한다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한 쌍의 바퀴벌레’라든가 ’왕자와 공주의 결합’이라는 말도 결국은 정서적 성숙도가 비슷한 사람끼리 어울린다는 사람들의 생활의 지혜를 반영하는 말인 셈이다.

 

결혼, 홀로선 둘이 만나하는 노력게임

 

결국 심리학자들은 배우자 선택에 있어 서로가 잘 할 수 있는 기술과 능력, 취향과 흥미, 심지어 나이나 지식 수준은 서로 보완 가능하더라도, 정신적인 눈 높이 만큼은 비슷한 또한 비슷한 에너지와 열정을 지니고 삶을 헤쳐나가는, 그러면서도 모 광고의 카피처럼 서로가 마주보기보다 같은 곳을 바라보는 동지적인 느낌이 나는 사람을 구하라고 충고하고 있다.

 

물론 결혼이란 가족들도 남을 위해서도 아닌 자신을 위해서 하는 일이니만큼, 자신의 짝이 아니다 싶은 사람과 서둘러 결혼하기보다는, 스스로에게 기회를 주고 자기 자신이 먼저 독립적이고 성숙한 삶을 사는 것이 배우자 선택의 선결 조건임은 물론일 것이다.

 

아무리 짚신도 짝이 있다지만, 푹 퍼진 지푸라기로 만든 초라한 짚신 두 짝 보다 언제 어디서고 당당한 화려한 꽃신 한 짝이 나은 법. 실제로 30대 이후에 결혼하는 사람들의 이혼율이 20대 초반에 결혼한 사람들의 이혼률보다 절반 가량 낮다는 사실은 바로, 홀로 서는 사람들만이 서로 기대어 사람 人자를 만든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심영섭 임상심리전문가/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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