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동성당 게시판

[교사] 꽃동네..제발 없어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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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범 [anthonychoi] 쪽지 캡슐

2000-12-31 ㅣ No.4222

학생들과 같이 꽃동네를 갔다왔습니다.. 어릴 때 기억이 나더군요.. 다른 것은 아니었구..

아래에 아영이와 대건이가 쓴 글을 읽고 나서 문득 떠오른게 있고.. 또  이렇게 2000년이 넘어가기전에 제가 마지막으로 글을 써보고 싶었기에.. 제뒤로 글을 쓰지 않았으면...

 

아영이가 꽃동네에 가서 많은 것을 느껴서 다행입니다.. 비록 아주 짧은 시간이었고.. 이제 막 어색하고 무서웠던 할아버지들이 새로 사귄 친구처럼 편안해지려고 했는데...헤어지려니까.. 아쉽기도 했을겁니다..

 

문득 어릴때 (참고로 제가 중학교 2학년 겨울^^;) 가평에 꽃동네에 간것이 기억이납니다.

저는 어린나이였고, 중환자실에 갔져.. 거기에는 우리 성당 뿐만 아니라 다른 본당 사람과 군인들도 있었습니다.. 그 땐 저도 맘이 여려서 굳은 일을 피하려다가.. 반강제적으로 일을 하게됬져..

(참고로 제가 중2땐 꽃동네에서는 이번과 같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거의 잘때까지 봉사활동이었습니다.그것도 23일쭈욱)

그러다 아주 충격적인 사건을 접하게되었져..

중환자실에서 장기자랑을 하자고 군인들이 요구했습니다.. 어처구니가 없었져.. 막 죽어가려고 하는데.. 노래를 부르고 신나는 분위기를 연출하자니... 그 때 욱하는 성질이 있어서 극구 반대를 하려고 했지만.. 3형 한 명이 막았답니다. 그러지 말라고.. 그리고 저는 그 때 병동에 있는 할아버지들의 머리를 다 빗어드렸져...그게 그 때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최대의 봉사활동이었거든요..

 

그리고  그 뒤 부터 꽃동네를 비판하기 시작했습니다..

젠장 이런데가 왜 있어.. 사람 짜증나게.. 이게 뭐야... 왜 사람들이 이렇게 살게끔 만들어지는 것은 무엇이지.. 어릴때 별의별 생각을 했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꽃동네를 좋아하지 않는답니다.  선천적인 그리고 또.. 과정이 어떻든 버려지고, 상처를 받은 사람들의 집합소가 되었고.. 그곳에서 내가 돈을 내가면서 봉사활동을 하고, 일정의 성취감과 감동과 기타 여러가지의 성찰하는 것을 그 사람들과 맞바꾼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현대판 고려장이라는 단어가 생각이 났습니다. 경위야 어떻든..  결국 소외받은자들이 모여있고 정상인들이 일정기간동안에 모여 동물원에 온것처럼 왔다가 자기것만 취하고 가는 것....

이렇게 밖에 생각이 들지 않더군요.. 최귀동 할아버지께서 꽃동네, 오늘날의 꽃동넬보면 웃으시겠는지 아니면 우시겠는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는 꽃동네에 소외받은 사람들, 상처받은 사람들이 줄어들었으면 한답니다..그리고  점점 작아져서.. 결국에 모두가 사랑할 수 있는 유토피아가 건설이 되었으면 하는 망상을  가져봅니다..

 

개인적으로 우리가 그들에게 받은 선물은 매우 크지만 그들이 우리에게 받은 것은 사랑인지 라는 의구심과 정상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우리와 다르다는 이유로 자기 스스로 비교를 하고 오히려 자신을 자학하고 또 상처를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건전한 생각과 멋있는 사고를 배우고 왔다면 교사로서 뿌듯하지만 한 사람으로서는 꽃동네와 같은 사회복지시설들이 줄어들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어차피 우리도 비록 정상인으로 태어는 났지만.. 죽을때 정상적으로 죽을 수 없으며 그 정상적으로 죽을 수 없는 시간이 꽃동네에 있는 사람들은 우리보다 조금 더 길고 그리고 조금 더 많이 보여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저 또한 죽을 때 태평하게 죽을거라고 감히 생각을 못하지만...

 

2000년이 30분 밖에 안남았습니다...

2001년이 되면 이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 모두 소원성취를 하시고.. 건강하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2000년 가기전에 쓸데없는 잡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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