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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있는 하루(함부로 판단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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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 [4rang2] 쪽지 캡슐

2011-11-03 ㅣ No.737

제가 본당에 있을 때, 성당에 자주 오셔서 야외에 있는 성모상과 십자가를 깨끗이 닦는 자매님 한 분이 계셨습니다. 약간 정신 이상을 보이는 분이셨지요. 그래서 사람들이 혹시라도 이상한 행동을 하시지 않을까 싶어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저 역시 불안한 마음에 그러지 마시라고 이야기를 해도, 이 자매님은 더 깨끗이 닦고 때로는 꽃까지 가져와서 성모상 앞에 두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분이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지 않으시는 것입니다.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뒤 이분의 빈자리가 꽤 컸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성모상과 십자가에 먼지가 많이 끼는 것이 보였고, 성모상 주위에 자주 있었던 꽃이 없으니 허전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었습니다.

제발 나타나지 않았으면 하는 분이 오히려 큰일을 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그러면서 사람을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 됨을 깨닫습니다. 내가 비판하고 단죄하는 그분이 이 세상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빠다킹..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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