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동성당 게시판

광(光) 파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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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범식 [pyobumsik] 쪽지 캡슐

2000-11-11 ㅣ No.2878

  

 

*윤동주 시인의  詩’별 헤는 밤 ’을 생각하며 읽으세여 ~

 

 

광(光) 파는밤

 

 

하루밤이 지나가는 고스톱판에는

노름꾼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대박 터뜨릴 생각도없이

판속의 광들을 모두 다 팔 듯합니다.

 

화투짝에 들려 있는 광들을

이제 다 못파는 것은

앞사람이 죽어버린 까닭이요.

연사를 해서 한번 쳐야 하는 까닭이요.

아직 나의 자금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화투짝 하나에 똥쌍피와

화투짝 하나에 똥광과

화투짝 하나에 멧돼지와

화투짝 하나에 흑싸리껍데기와

화투짝 하나에 똥피와

화투짝 하나에 두꺼비,두꺼비

 

어머님, 나는 화투짝 7장에

아름다운 말한마디 ’흔들었어’를 불러봅니다.

 

 

 

 

 

어저께 내 돈을 다 쓸어갔던 꾼들의 이름과

홍,초,청이런 단들의 이름과 솔광,삼광,팔광,똥광,

비광의 이름과 흔들고,판쓰리,양피박,멍박,따닥의 이름과

도신,도협,도성의 도박사들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이번에도 설사를 해버렸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캬바레에 계십니다.

 

 

 

나는 독박이 두려워

이 많은 패들이 깔린 화투판위에

똥광을 내 버리고

폭탄을 포기해 버리었습니다.

 

딴은, 피박을 면치 못해도

쇼당을 거는걸 부끄러워 하지 않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이판이 나가리되고 나의 손에 다시 광이오면

무덤위에 파란잔디가 피어나듯이

잔돈 몇개 있는 내 무릎 앞에도

자랑스런 자금이 무성할 거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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