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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배가 문규에게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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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배 [kimhb71] 쪽지 캡슐

2000-01-09 ㅣ No.594

지금 어디쯤 가고 있니?

목적지에는 도착했는지 모르겠다.

평소에는 잘 친하게 지내지도 않았으면서도

먼 길을 먼저 떠난다고 하니까 겨우 이렇게

글자나 몇 개 끄적이는 내가 나도 별로 이뻐 보이질 않는다.

 

가는 길이 힘들지는 않니?

듣기로는 혼자가기는 너무 멀고 험하다던데

같이 가 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기억나니? 98년 여름캠프.

비가 추적추적 오고 날씨도 흐렸지만

무척 재미있게 지내던 그 여름밤.....

지금도 기억난다. 너의 엉성한 듯 하면서도

재미있고 즐겁게 추던 춤.네 덕에 상도 받아서

우리 조의 점수가 팍 올라갔었지.

이제는 비디오에서만 춰 주겠지만......

 

너는 내가 매일 잔소리만 한다고 피하고 그랬지?

성당에서 행사가 있으면 일도 안하고 밥만 먹고,

성당에서 청소도 안하고 온천지에 네가 즐겨 피우던

88 멘솔 담배꽁초를 버린다고....

 

그렇다고 그 먼데로 먼저 가버리냐?

말도없이,나 일본으로 떠나버린 사이에.....

하긴 나도 너한테 간다는 말도 안하고 왔으니까

할 말은 없긴 하지만.

 

조심해서 가고 도착하면 편지해라.

꿈속에서도 좋고 언날 문득 스치고 가도 좋고...

거기가면 내가 잘 아는 분이 한 분 계시거든.

맨날 내가 신세지고 살면서도 한 번도 제대로 인사도 못드린......

요즘은 내가 통 소식을 안해서 잊어버리셨을 지도 모르지만

내 얘기하면 잘 대해 주실거야.

 

너 도착하기전에 먼저 연락 드려봐야 겠다.

덩치크고 입에 멘솔담배 물고 팔자 걸음걷는 녀석이

한 놈 가니까 방 하나 비워주시고 덩치만큼 잘 먹으니까

먹는 것 좀 잘 챙겨 주십사 하고......

 

잘 가. 나중에 또 편지할께.

 

         2000.1.9 일본에서 홍배가....

 

p.s:거기가면 선녀같이 예쁜 여자들 많으니까

    얼른 장가가라.축의금도 보내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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