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암동성당 게시판

사순 제3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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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3-03-23 ㅣ No.1153

사순 제3주일(나해. 2003. 3. 23)

                                                제1독서 : 출애 20, 1 ∼ 17

                                                제2독서 : 1고린 1, 22 ∼ 25

                                                복   음 : 요한 2, 13 ∼ 25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예수님께서는 오늘 예루살렘에 올라 가셨습니다.  그리고 성전에 들어가셨는데 성전 뜰에 소와 양과 비둘기를 파는 장사꾼들과 환금상들이 앉아 있는 것을 보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보시고 밧줄로 채찍을 만들어 양과 소를 모두 쫓아내시고 환금상들의 돈을 쏟아 버리고 그 상을 둘러 엎으셨습니다.  이 모습을 상상해 보면 어디 조금 이상한 사람처럼 보였을 것 같습니다.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보였을 것입니다.  이 광경을 본 제자들은 '하느님이시여, 하느님의 집을 아끼는 내 열정이 나를 불사르리이다.'라는 성서 말씀이 떠올랐다고 합니다.  어찌하여 하느님을 만나는 그 거룩한 성전이 이런 장사하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하는 질문을 던져볼 수 있습니다.  예루살렘 성전은 이스라엘인들이 드리는 예배의 중심지였습니다.  그래서 해마다 많은 순례자들이 이곳을 참배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저 멀리서부터 성전까지 희생제물을 끌고 오기란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성전에서 그들을 위해 소와 양과 비둘기를 팔았습니다.  또 성전에서 성전세와 그 밖의 돈을 바칠 때에는 이스라엘 화폐를 사용하여야 했습니다.  그러니 다른 지역에서 온 이들이나 로마인들이 사용하는 화폐를 가지고 있는 이들은 성전에서 사용할 수 없어 화폐를 바꾸어야 하기에 환전하는 곳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순례자들의 편의를 위해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이들에게 화를 내시는 것은 조금 이상하게 생각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화를 내시는 것은 이 편의시설에 대한 것이 아니라 그 뒤에서 자행되는 온갖 악폐, 부정부폐에 대해 화를 내시는 것입니다.  성전 마당에서 제물에 사용될 짐승들을 팔거나, 화폐를 바꾸어 주는 환금상을 차리기 위해서는 제관장들에게 자릿세를 내야만 하였습니다.  말하자면 권리금을 내야만 그런 장사를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전세를 올리듯이 자릿세를 올리고,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내몰고, 청탁과 거래를 하는 등 성전을 중심으로 많은 불의가 판을 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것은 제관장들의 이권에 관계된 것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런 성전을 팔아먹고 사는 이런 행위를 그냥 모른 척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분노를 터뜨린 것입니다.

 

  성전은 우리가 하느님을 만나고 체험하는 장소입니다.  하느님께서 현존하시는 곳이 성전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내 살과 피를 먹고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서 살고, 나도 그 안에서 산다."(요한 6,55)라고 하셨습니다.  내가 예수님의 살과 피인 성체를 받아 모시고, 예수님의 말씀을 실천하고 살아간다면 예수님께서 함께 계시는 것이기에 나는 성전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성전인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까?

  우리는 제물이나 권력, 명예 같은 다른 무엇인가에 마음을 빼앗겨 지내고 있지는 않습니까?  이웃을 사랑하기보다는 나보다 못하길 바라며 무시하거나, 소외시키지는 않는지요?  노력하지 않고 참여하지 않으면서 말로만 이렇궁 저렇궁 말만하고 있지는 않는지요?  무엇인가 하느님의 일을 하는데 있어 도망가려는 마음과 함께 하려는 마음 없이 그냥 주일미사에만 나오면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으신 지요?

 

  예수님께서 적극적으로 성전을 정화하셨듯이 우리도 예수님처럼 적극적으로 성전인 우리를 하느님께 향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계명을 지키며 십자가의 진리를 따라 사랑과 질서의 삶을 살도록 굳게 다짐하며 결심해야 하겠습니다.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이 사람의 눈에는 어리석어 보이지만 사람들이 하는 일보다 지혜롭고, 하느님의 힘이 사람의 눈에는 약하게 보이지만 사람의 힘보다 강합니다"(1고린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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