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방

아직도 알 수 없는 아버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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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잠주 [zzyoon] 쪽지 캡슐

2010-07-21 ㅣ No.228

전 경북대 총장 박찬석......


나는 전교 68명중 68등이었다.  지금도 비교적 가난한 곳이다.
그러나 아버지는 가정형편도 안되고 머리도 안되는 나를 대구로 유학을 보냈다.
대구중학을 다녔는데 공부가 하기 싫었다. 1학년 8반, 석차는 68/68, 꼴찌를 했다.

........중략...

아들을 중학교에 보낼 생각을 한 아버지를 떠올리면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잉크로 기록된 성적표를 1/68로 고쳐 아버지께 보여드렸다.

..............중략....................

"명순(아버지)이는 자식 하나는 잘 뒀어. 1등을 했으면 책거리를 해야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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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강에서 멱을 감고 돌아오니,아버지는 한 마리뿐인 돼지를 잡아
동네 사람들을 모아 놓고 잔치를 하고 있었다.그 돼지는 우리집 재산목록 1호였다.
.................................................

충격적인 그 사건 이후 나는 달라졌다. 항상 그 일이 머리에 맴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7년 후 나는 대학교수가 되었다. 그리고 나의 아들이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
그러니까 내 나이 45세가 되던 어느 날, 부모님 앞에 33년 전의 일을 사과하기 위해

"어무이.., 저 중학교 1학년 때 1등은 요..." 하고  말을 시작하려고 하는데..옆에서 담배를 피우시던 아버지께서
" 알고 있었다. 그만 해라.

민우(손자)가 듣는다." 고 하셨다.

자식의 위조한 성적을 알고도, 재산목록 1호인 돼지를 잡아 잔치를 하신 부모님 마음을,

박사이고 교수이고 대학 총장인 나는, 아직도 감히 알 수가 없다.

- 전 경북대 총장 박찬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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