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양동성당 게시판

빈들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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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순 [goyohi] 쪽지 캡슐

2001-10-25 ㅣ No.2407

 

 

 

 

빈들에 서서

 

나는 지금 가을 걷이가 끝난 빈들에 서 있습니다

눈을 들어 빈들을 보면서 나는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나의 부끄러운 모습들을 떠올리며 새롭게 많은 것을 깨닫습니다

나는 지금 빈들에 서서 욕심이 가득 찬 내 모습을 떠올립니다

 

빈들은 이렇게 모든 것을 내어놓고 자신을 비우고 있는데,

나는 그동안 나이가 들면서 욕심도 함께 늘어나

만족과 감사를 모르고 살았습니다.

 

이제는 빈들처럼 모든 것에 감사하는 삶을 살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지금 빈들에 서서 허약한 내 모습을 떠올립니다

 

빈들은 추운 겨울을 맨 몸으로 부딪히는데,

나는 그동안 새로운 일을 생각할 때마다 망설였고,

남 앞에서는 괜히 움츠렸으며

조그만 실패에도 후회하며 괴로워했습니다

 

이제는 빈들처럼 어려움과 두려움에

당당히 맞서는 내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지금 빈들에 서서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내 모습을 떠올립니다

빈들은 이렇게 다음해의 결실을 준비하고 있는데,

나는 바쁘다는 말만 생활 속에 가득 채운 채

아무 준비도 하지 않으면서 살아왔습니다

 

이제는 빈들처럼 쉼을 얻으면서 앞날을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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