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성당 장년게시판

바람쐬고 싶은때...권하는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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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진 [monicacho033] 쪽지 캡슐

2001-04-29 ㅣ No.2888

여러분,  지난 금요일밤 KBS-TV  김용옥교수의 논어강의 시간에 김수환추기경님의 말씀  잘 들으셨어요? 저는 프로그램 서두에  김용옥교수가 김수환추기경을 초청한 배경을 이야기하면서 "올해가 한국천주교회에 퍽 의미가 있는 해 "임을 강조해 주어서 한 신앙인으로 참으로  고마왔습니다.

김용옥교수는  한국의 천주교회가  선교사들에 의해 세워진 교회가 아니라, 2천년 그리스도교 역사상  유래없이  진리를 탐구하는  과정에서"스스로 싹튼  교회"라며" 올해가 천주교회의  대대적인 첫 박해인 신유박해 2백주년 "이라는 이야기를 전국의 수많은 시청자들에게 우리를  대신해서  들려 주었습니다. ( 신유박해때  주문모신부, 정약종등 한국천주교회의 주춧돌을 세운   1백여명이 순교하였지요.)

교회밖의 사람이 우리보다 더 한국천주교회 역사를 잘 알고,  의미를 높이 평가하고 있는데 우리는 어느정도 알고있나  솔직히  돌아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때 역사 공부삼아,  또는 부끄러운 후손이 되지않기위해 한번 꼭 들러 볼  전시회가 있습니다.  

서울 절두산 순교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통인형으로 빚은  한국천주교회사’를 가 보면   한국교회 초창기의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을  공부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지난 주일 오후에  이 전시회를 가 보았습니다.

 이 인형들은 인형연구가 임소현씨(즈느비에브)가  사학자 조광교수(고대)의 감수를 받아가며   3년9개월간  일체의 다른 활동을 중단하고  기도로  제작한 작품들입니다.  

 

임소현씨는 특이한 작가 같았습니다.그는 작품을 할때 마치 어머니가 아이를 잉태한 듯, 하나 하나 작품에  따른 깊은 묵상과 기도를 한후 충분히 기도가 여물었을때에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작업을 해 나갔다고 합니다.

전시장 벽에는  그가 작품의 주제를  정한뒤 간절한 기도를 한 흔적을 볼 수 있는 기도 지향 메모와 그때마다 쓰였던 여러개의 묵주를 액자에 담아   걸어 두었더라구요.

작가는  흙으로 약30센티 가량의  인형 총 75점을  구어  핍박당한 초창기 1백년간의 한국교회사의 중요 대목대목을 이야기로 꾸민  12마당을   연출시켜 놓았어요.

 

 이벽의 세례,

 명례방의 신앙집회,

 윤지충과 권상연의 체포,

 강완숙을 중심으로한 여성신앙공동체,

 주문모신부의 부활미사,

유중철과 이순이동정부부,

 이도기의 옹기점,

 앵베르주교의 고해성사집전,

 상재상서를 전해주는 정하상,

김대건의 사제서품,

김대건신부의 순교,

최양업신부의 선교등.

 

  조상들의 푸른 기개와 목숨을 바친 하느님께 대한 사랑으로 뿌리 내리게 된  한국교회의 어제를 말해주고, 그런  희생 위에 오늘 우리가 마음껏 신앙의 자유를  누리며 살 수 있게 되었음을 일깨워 절로 고개숙여지게 하고 있었습니다.

 

첫째마당 이벽의 세례는 한국천주교회의 첫 새벽이지요.

 이벽(다산  정약용의 형제인 정약현의 처남)이 1784년 북경에 동지사로 파견된 부친을 따라가 세례를 받고 돌아온 이승훈으로부터 세례를 받는 장면이 펼쳐집니다. 이 작품들을  보면 세례를 베푸는 이승훈은 유건을 쓰고 옥색항라의 중치막을 입고 허리에는 옥색 술띠를 띠었으며 세례를 받는 이벽은 흰무명 중치막을 입고 장궤를 하고 약간 고개를 기울이고 긴장하는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하느님의 역사가 이 조선 땅에서 열리는 그야말로 역사적인 장면 입니다.  두사람 모두  얼마나  두근거렸을까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회장인 강완숙의 활동을 보여주는 네번째마당- 강완숙의 여성신앙공동체는  안방에서 부녀자들이 모여  교리를 배우는  모습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교회안에서 활동하는 이들에게 ’ 회장 직분’을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숨막히는 조선왕조의 말기, 여성의 몸으로 많은 차별과 위험을 무릅쓰고 중국인 주문모 신부를 도와 적극적으로 전교활동을 하는 강완숙회장 같은 분이 있었기에  오늘날 교회 안에서 수많은 여성들이 씩씩하게  마르타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강완숙회장의 집    안방에 둘러앉은  여성들의 한복은  작가가 천연염료로 물들여 지은  옷들로,  품위있고 아름다운 한복을 느끼게 합니다.

 

이도기의 옹기점은 옹기장수를 하여  생활을 꾸려가며  서로간의 안위를 염려하고 연락을 취했던 초기신자공동체의 끈끈한 사랑의  모습을 느끼게 해줍니다.

 

작가는 흙으로 어떻게 그렇게 사람의 몸체와 손가락까지 섬세하게 빚어  그 뜨거운 가마불 속에서 잘  구어 내었는지,  초기신자들의 진리를 탐구하는  진지한 표정,  등에 업힌 아기와 어머니, 남정네 및 소품들까지...   2백년전의 우리네삶의 모습과 정신까지  생생하게 되살려 내어 전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가 초라하고 볼품없다고  내던져 버리고,인멸시켜버린  우리  문화의 가치를 뒤늦게 깨닫게 합니다.  교회사를 주제로 보여주려 했다는 면만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아름다운 풍습과 풍물을 보며 온고지신 할수있는 볼만한 아름다운 전시회입니다.

 

제가 오래전부터 계속 보아온 비숫한 전시회-  세계적인 작가로 현재 독일에서 활동중인   김영희씨의 여러차례의  닦종이 인형전시회, 엄마 어렸을 적에 ’ 로 유명한  이승온 허영은 부부의 헝겊으로 만든 인형전시회등-와 비교해 볼때   흙으로 구은 인형이라  다루기가 훨씬 어려웠을것을 느끼게되며 , 기도가 함께 해졌기에  그  작업들이 가능했을 것이란 생각을 갖게 합니다.

 

 순교자 박물관의 이 특별전시회를 보고 밖으로 나오면 순교지 경내  새로 조성된  넑은 광장에 설치된 조각이 눈길을 끕니다.여성조각가  이춘만씨가   분홍빛 문경석을 이용, 최근 완성한   대형 조각 또한 범상치않은 작품이라는 느낌으로 다가오고  한강위를  달리는 2호선  전철 방음벽 위에 그려진  조광호신부의 대형 환경미술 벽화도 순교자들의 삶과 죽음, 부활을 생각케하는 추상화로 눈길을 잡습니다.

 

절두산 아래 유유히 흐르는 한강에 일상의 시름을 씻어 버릴겸  봄나들이를 계획하는 때 이 전시회를 가보라고 여러분께  권하고 싶습니다.  

전시회는 10월30일까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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