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성당 장년게시판

김석주씨와 함께 미사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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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진 [monicacho033] 쪽지 캡슐

2001-07-13 ㅣ No.2996

청량리성당 신자 여러분.

 오는 15일 11시 교중미사에 우리 성당에 멀리서 손님 한분이 오십니다.

 제27대  미국 뉴욕 한인회장이 된  우리본당 출신 김석주 안드레아씨입니다.

금의환향이라고나 할까요?

 이민생활 만 25년만에    뉴욕 한인회 회장 자격으로  일시귀국하여 자기가 영세한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는 그의 감회는 남다를 것으로 생각됩니다.  

 

김석주씨는  76년 도망치듯 서울을 , 한국을, 떠났던 사람입니다. 우리 성당 바로 옆의  청량리경찰서- 그곳을 그는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사람입니다.  군인이나 경찰들이 대단한 힘을 갖고 있던 숨막히던 70년대, 시계도 고쳐주고 전기제품도 고쳐주는  전파사를 청량리역 앞에서 운영했던 그는 추석 떡값을 안 주었기에  졸지에  ’장물아비’ 로 몰려 억울하게 경찰서에 잡혀 들어가 며칠간 온갖 고통을 다 겪었습니다.   비참한 심정으로 풀려나온 그는   학벌도,돈도,  빽도 없는 장애인으로 더 이상 이 땅에서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없다는 절망  끝에    떠났습니다.

그리고  이제  세계의 중심지라고 할 미국 뉴욕의 45만명의 한인 이민자들을 대표하는  인물이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난 것입니다.  수중에 갖고 간 단돈 6백달러로 간신히 연명하며  공돌이 생활을 해 하나씩 ,하나씩  자신의 세계를 개척해 나간  것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조국이 그리워지고 사랑하는 마음이 커지는 것은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다. 젊었을때는 전혀 안 썼던 사투리도 나도 모르는새 튀어나오고,  사투리가 심해지고 있다"  그는  이국생활에 익어갈수록 향수가 커지고   외면했던  조국 쪽으로 고개가 돌려지는  자신을 느끼고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 놓습니다.

 

안드레아씨는 그가  이민을 떠나기전  청년 성가대 엔젤에  나와 성가를 할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하였지만 우리는 그에게 별로 ’의미 있는 타자’가 되어주지 못했습니다. 그의 어려움을  속속들이  알려고하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장애인이나  없는 사람이 살려면 의례 그러려니 여긴채  , 우리와 같은 조건을 누리도록 사회적인 여건과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사회적 의식이 없었던 것이지요.

"우리는 자기가 가진 것을 늘리고, 자기의 세계를 가꾸느라고 남의 불행과 아픔에  눈 돌리지 못했다" 고 엔젤사랑의 지휘자 박온화 루시아는 고백한 적이 있습니다.

 예수님은 없는 이들, 사회로부터 버림 받은 이들의 편에서 그들을 감싸 주시고 사랑해 주셨는데 그 제자라는 우리는  그들이  사회로부터 갖은 구박과 고통을 당할 때 과연 무엇을 했는지, 예수님 보시기에  어떠했는지를 생각하면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이제  웬만큼 세상을 살고보니까 남의 어려움이 눈에 들어오고  행동하는 신앙인, 진정한 신앙인이라면 어떠해야 했을지를 깨닫게 됩니다,

 

 이번 귀국길에 그는 청와대를 방문,  김대중 대통령부인 이희호여사와 한시간에 걸친 면담을 했습니다. 이 여사는 그를 격려해주고  많은 관심을 표하였습니다. 김석주씨는 "외국에  나가서 사는 한국의 이민자들이 전세계적으로 5백50만명에 달한다.   이들을 네트워크로  형성해서 국가적으로 자원이 될 수 있도록 활용해 달라"고 이야기하고  뉴욕한인회가  " 미국에 사는 한국인 이민자들의 진정한 권익향상을 위해 일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또한  뉴욕한인회가 미국에 이민 오는 이들을 위한 실질적인 정보를 주는 한국 이민자센터와 같은 일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이희호 여사는 "미국 시민권을 가져 북한 왕래가 자유로운  한국인 이민자들이 특별히  북한의 어린이들을 도와주는 일을 해 주도록"   부탁을 했습니다. "영양실조에 빠진 아이들을 그대로 둘 경우 그들이 건강을 되찾으려면 3대가 걸린다. 그러므로  북한의 굶주리는 아이들을 먹이는 문제는 ’무조건 퍼 주는 것’이 아니라 ’통일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인도주의 차원에서 적극 도와 줄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그는 이런 일련의 일들을 잘 해 낼 것입니다.

 

엔젤사랑들은 김석주씨를  ’우리들의 작은 영웅’ 이라고 부릅니다. 만약 그가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과 차별을 그대로 감수하며  소외와  좌절속에  이 땅에 주저 앉았다면  오늘과 같은 성취는  못했을 것입니다. 계속  아웃사이더로 머물렀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이런 편견과 횡포, 차별에  반발하고  과감히 운명을 개척해 이민족들로 이뤄진 미국사회에서  주류가 되었고 ,리더십을  떨치고 있습니다.

 

 

  몇년전인가 김수환추기경이 장애인들 체육대회때  수건으로 눈을  가리고 공을 차 보고는 장애인의 불편함을 비로소 실감했다고 하신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김석주씨는 건강한 이들을 분발하게 합니다. 그를 보면서 이제 우리는 인간의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 희망을  이야기 해야겠습니다. 우리 주위에   자신의 불행을 한탄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들에게 김석주씨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희망을 심어주도록  합시다.

 

  그의 본당 방문을 환영하는 의미로 권흥식 바오로 본당 신부님과 원장 수녀님께서는  이번주 15일 교중 미사 뒷부분에 김석주씨가 청량리성당 신자들께 잠깐 인사를 나누는 시간을 갖도록 하신것 같습니다.

  모두 함께 그의  성취와  인간 승리를 기뻐하며 기도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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