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파동성당 게시판
군대간 김승환요한선생의 일기와 편지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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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10.16.Tue 오늘 입대날. 부모님과 지훈, 희서, 원석이가 같이 의정부까지 와줬다. 1시 지나고 입영장정들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여기저기 우는 사람이 많다. 꽤 가슴이 찡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커브를 돌자마자(친지들이 안 보이자바자) 들려오는 소리. "이 쉐이들아! 안 뛰어!!" 친지들이 울고있을 동안 우리는 열심히 뛰었다. 욕도 많이 먹고. 머리에 까만 철모 쓴 무서운 사람들. 이름하야 "구대장"이라는 사람들 장난아니다. 악을 박박 쓴다. 살벌했다. 중대장의 환영인사가 끝나고 소대가 정해졌다. 나는 2소대. 허나 지금은 ’소대’가 아니라 ’구대’로 부른다. 그러니까 ’2구대’ ’2구대 7내무반 168번’이다. 각 내무반에 몇백명이 아니라, 2구대 중에서 168번째이다. 내무반 인원수는 보통 30여명이다. 그리고 내무반장과 부반장이 있는데 반장을 "향도" 부반장을 "서무계"라 ㅂ른다. 나는 서무계이다. 이거 되게 귀찮다. 내 시간도 없고 보급품 나른다. 가만보니 구대장들이 그리 나쁜 사람들 같지 않다. 착했다. 진짜로 (의외였음) 그치만 악을 쓰니 다들 그 사람들 지휘대로 움직일 수 밖에....
2001.0.17. Wed 오늘 군복 받았다. 아니, 군복이라고하면 혼난다. "전투복"이다. 아침으로는 빵을 먹었다. "햄버거". 절대 사회에서, 또는 배문 닭머리 햄버거를 떠올리면 안된다. 더 열악함.
------일기는 끝났구요, 다음은 청파동 초등부 선생님들께 드리는 편지입니당~
여기 이틀살고 편지하니깐 이상합니다 그려~~
청파동 성당 교사열분 안녕하십니까? 저 승환입니다. 지금 밤이네요. 복도에서 불침번 서는 애들 저를 부럽게 쳐다보네요. 하하핫 여기 의정부 참 좋습다. 공기도 참 좋은게 아침엔 춥네요. 철조망 너머 아파트가 보입니다. 아~ 저기는 좋겠다~. 여기는 각에 맡추고 각에 삽니다. 발걸음도 열맞추고, 이불개는 것도 칼각입니다. 일어나고 자는 것도 6시, 10시 정각이고, 뭐든지 잭각잭각입니다. 군대에 별놈 다 있단 얘기 진짭니다. 벌써부터 실감나게 느껴집니다. 피를 보면 쓰러지는 애도 있슴다. 30명이 같이 자다보니 밤에도 웃깁니다. 막 코를 곱니다.진짜 웃깁니다. 오케스트랍니다. (훗,여기서 잠깐! 참고로 저희오빤, 자면서 막 말을 합니다 훗,) 군대는 항상 부족하다는 것도 실감납니다. 물이 안 나옵니다. 목말라 죽겠슴다. 물 안 나오니 화장실 얄잘업슴다. 애들 큰일보겠다고 환장하고 있슴다. 나도~~ 여기온지 이틀만에 편지 쓰는 것도 웃기지만 할 수 없슴다. 기회 있을 때 써야지요. 참! 호정아 송민아 너희들이 준 감기약 없었으면 나 클날뻔했다. 아~ 감기. 오늘 전투복과 전투화와 보급품을 받았는데 이제 대일밴드도 쓸때가 되었구나. 이 편지는 집으로 가는 옷소포에 넣을 겁니다. 하하 여기는 그런 자비를 베푸네요. 참! 지훈이 원석이한테 전해주십쇼. 사복 따뜻히 입고 오라고. 나 스웨터 달랑 하나 입었는데 추워서 죽는 줄 알았음다. 전투복입으니까 좀 낫네요. 명주누나, 담에 편지쓰면 그거 꼭이요. 누나가 만든 묵주. 그리고 효영이 누나한테 마니또 선물 휴가때준다고 전해줘요. 호재형, 형 전화기 좀 바꾸욧.... 하도 통화가 안되서 할 수 없이 먼저 갔었슴다.... 아~ 군대밥! 인희야, 너가 사준 밥 참 맛있었었는데... 짐은 밥 먹는게 고문이다~~~~~. 민주야! 그날 잘 됐냐? 여기 니가 그토록 바라던 머싰는 애들. 깔렸다. 많다. 함 골라봐라. 경상도 애들이 많다보니 나도 말투가.... 멋있는 애들도 많지만 싸이코도 많슴다. 아-. 그런애들 서진이 누나한테 맛 좀 봐야 되는데... 아~ 시. 쓸데가 없네요. 뒤에는 못쓰게 하네요. 이만 쓰고 잘랍니다. 다아들 Good Night!! 선봉!!! 2001.10.17.10시 30분 -승환 킴-
편지 늦게 올려서 죄송합니다. 고3이란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죄송합니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