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파동성당 게시판

군대간 요한선생의 편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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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진 [khj2019] 쪽지 캡슐

2001-11-18 ㅣ No.1001

안녕하십니까? 기다리고 기다리던 편지입니다!! 첨에 306갈때는 걱정도 많이 되고 했는데 지내고 보니 괜찮습니다. 지금은 10월 19일에 17사단으로 자대를 받고 17사단 10중대 신병교욱대에 있습니다. 17사단이 어떤 곳인지 아십니까? 17사단은 "꿈의 17사"라는 별명이 있는 곳입니다. 그만큼 시설도 좋고 밥도 좋습니다. 여기는 어딘지 몰랐었는데 인천의 부평에 있나봅니다.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집인데...’하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다행입니다. 제 전우는 집에 거제도입니다.) 어제는 0점 사격을 했습니다. 처음으로 하는 사격이라 긴장도 많이 했는데 결과가 좋아서 칭찬도 들었습니다. k2이놈 무지 무겁습니다. 반동도 셉니다. 근데 내 말을 잘 듣습니다. 이번 주엔 수류탄도 한다는데... 좀 긴장됩니다. 내무반에서는 다들 사이좋게 지내고 있습니다. 군대에는 순 깡패천국인줄 알았는데, 실은 다 순진한 애들입니다. 수요일과 일요일에는 종교행사를 갑니다. 물론 저는 성당에 갑니다. 우리 부대는 성당과 거리가 제일 멀고 초코파이밖에 안 주지만 그래도 갑니다. 천주교 소성교회. 지난번엔 콜라가 나왔는데 그 소문을 듣고 애들이 성당으로 막 몰립니다. 콜라 하나에... 점점 우리는 단순해지고 있습니다. "꿈의 17사"답게 저번에 누룽지맛 사탕이 나왔는데, 다들 기뻐하고 난리를 칩니다. 아참, 돈 다 뺐겼습니다. 밴드도 다 뻈겼습니다. 돈은 농협에 통장을 만들어 보관중입니다. 나중에 자대(17사단) 받으면 쓸 수 있댑니다. 어차피 지금은 Px갈 생각 꿈도 못 꾸고 어딘지도 모릅니다. 제 사진 받으셨습니까? 포즈를 맘대로 하라는데도 애들이 다 ’차려’를 해서 그냥 ’차려’를 했습니다. 그러고보니 제 말투도 많이 바뀌었씁니다. 무조건 "다까"... "요"자 붙이면 죽음입니다. 혜진아! 너는 공부는 잘 하고 있냐? 나중에 100일 휴가 나가면 너 막 놀고 있겠다. 놀지 말고 일해서 돈 좀 벌어라. 학원같은데서 오는 전화는 대답도 필요없이 그냥 끊어버려. 어차피 암소리 못한다. 그리고 대학가면 친구들한테 멋있는 오빠 있다고 그래라. 알았지?(애인 없으면 서러운 곳이 군대다. 그러나 다들 깨지는구나).그리고 GHOST는 호군이한테 있다. 알아서 찾어. 집에 있는 호재형 CD도 좀 갖다조라. 그것도 알아서.. 알겠지? (일요일에 성당가서 호군이나 지훈에게.. 또다른 편지도..) 참, 나중 편지로 그것 좀 보내주라. 감기약. 다 먹어서 없다. 넣는 방법은 상자째로 넣지 말고 다 뜯어서 봉투에 아주 조금만.. 최대로 얇게... 안 걸리게... (약은 반입금지다.) 소포도 된다. 소포 가능 종목:안경, 안경집, 간단한 로션.(좋은거는 고참이..), 깔창, 그것도! 쪼그만 거울이랑 귀후비는 거.. 앗! 감기약 된댄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봉투에... 손톱깎이는 필요없다. 휴지는 좀만 조라. 작은 거로.. 기왕 몰래몰래 초코렛도 넣어라. 배고파서 죽을 것 같다. 아~ 시. 편지 쓰다보니 많이 이상해졌습니다. 무슨 구호물품 요청서 같은.. 어쨌든, 2~3달 후에 아주 건강한 모습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충!성!

 

 

To 청초회 열분덜... 안녕하십니까? 승환이가 돌아왔습니다. 아주 건강 튼튼하게 있습니다. 저는 지금 여러분 생각했던 것돠는 달리 "환상의 17사단"에 와 있습니다. 핫핫핫! "꿈의 17사단"입니다. 시설이 참 좋습니다....(?) 그러나 꿈은 진짜 말 그대로 꿈인가 봅니다. 하나도 안 편(?)하네요.(어째 말이 이상하군...) 빡셉(?)니다. 아 자꾸 헛소리하는데 이만 정신차리겠습니다.

여기있다보니 울 애들이 왜이리도 보고 싶은지요... 하긴 얼마 되지도 않았지요 여기온지.. 그런데도 많이 보고프게 만듭니다 이곳은.. 호재형은 잘 지냈나요. 그날 부르려 했었는데 어째 흐지부지 됐네요. 하지만 가까이 있으니 뭐 괜찮겠지요...

 앗! 방송에서 지금 편지를 그만 쓰랍니다. 아~ 시 하필 이런때에... 한번 게겨볼까나...

 아이구 죄송합니다.(이런 어처구니 없는...) 송민아, 호정아, 민주야, 인희야, 명주누나, 호재형! 편지좀 써주셔요~~~ 포상있댑니다. 아니다 헛소립니다.

앗! 부대장 온다!!! 어쩌지~~~수녀님께 전해주십쇼. CD잘 들으시라고. CD가 이쁜건 아니지만 이쁜 마음이 중요한거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여러분 건강히 잘 계시고 겨울행사 열심히 하시고 다음에 좋은 모습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충!성!2001.11.3->내 생일

 훈련병 김승환 드림

 

짬이 나서 다시 씁니다. 다행히 편지를 안 걷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11월3일 제 생일이랍니다. 그냥 생일이 아니라 만 20세가 되는 날이랍니다. 감이 풍년이 들었는지 특식이 나왔습니다. 단감.. 과수원에서 질이 낮은 것을 뺐는지, 맛은 별로였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전우들이 생일이라고 감 더 먹으라고 줍니다. 전우들은 맛없다 하지만 오늘 이 감은 왜이리도 맛있는지.. 이 감맛은 평생 못 잊을 겁니다. 이제 저도 성인입니다. 앞으로의 모습... 이젠 바꿔야겠지요... 오늘은 새벽에 불침번이 있습니다. 불침번 서면서 여러분께 기도드리겠습니다. 아~ 오늘은 전우들이 너무도 고마운 날입니다.ㅠ.ㅠ

 

2001.11.4.sun.

편지를 여태 안 걷었습니다. 어처구니없게도... 앞에 써놓은 걸 보니 완전 횡성수설이군요. 아~ 이런 이거 또 쓰자마자 방송에서 편지 마무리 하랍니다. 여러분 죄송해요. 다음에는 제대로 된 편지 보내드리겠습니다. 충성!

 

p.s 승원이한테도 연락 주십쇼. 17사단은 부평에 있습니다.(구산동)

   종교행사는 천주교 소성교회로 갑니다. 이래뵈도 열심히 미사다닙니다.

   불교에서 아무리 떡볶이를 준다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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