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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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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린 [dlchang] 쪽지 캡슐

2006-03-03 ㅣ No.4831

 

그의 가족이 우리 아파트 단지로 이사를 온 후에 형제모임에 나오기 시작하자 구성원들은 모두


반가워하였다. 그 당시 우리구역 형제모임은 몇 안되는 부부만이 참석하며 어렵게 모임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구역과 차별화 된 것이 있었다면 부부가 함께 모임에 참석하던


점을 들을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기존모임에 한 쌍의 부부를 추가하여 적어도 외형만은 조금 커질 수 있었다.


평범한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의 생활이란 아파트의 평면과도 같은 것이여서 거의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살게 되어있었다.


어딘가 소속되어 일을 하고 수입의 많은 부분을 자신보다는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사용하지만


가끔은 자신을 돌아볼 줄 아는 소박한 여유를 가진 소위 중산층이라 불리우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한 달에 한번 정기적인 모임을 가지면서 우리는 신앙인으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것을 목표로


정하여 실천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하는 건전한 신앙모임을 계속되어지고 있었다


예를 들면 "사순절 기간 에는 금육을 하기'나 "운전 중에 새치기 차량을 향하여 욕하지 않기'


또는 "하루에 한 줄씩이라도 성서 읽기" 같은 최소한 우리가 신자인 것을 감지하고자 노력하는


소박한 모임이었다.


거창한 신앙적 결속이나 추구보다는 우리가 살고있는 생활에 대한 화제가 더 많은 평범한 사람들로


구성된 모임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직업으로 선망하는 의사였다.  이공계 출신답게 단순하고 꾸밈 없는 성품이


오히려 우리에게 정겨움을 느끼게 하였다.


대학 시절에 캠퍼스 커플로 시작하여 결혼한 그의 부인은 그의 병원에 사무장 일을 맡아보며


그와함께 근무하고 있었다.


이목구비가 또렷한 그녀는 이지적이고 중년의 중후함이 있었으나, 어딘지 모를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 아내보다는 어머니의 역활이 더 어울릴 것 같다는 느낌을 갖게 하였다.


늦은 저녁 시간에 갖던 산책길에서 그들을 몇 번 만났던 적이 있었는데 당당해야 할 그가


무엇이라 정확하게 꼬집어 말 할 수 는 없지만 그녀로부터 보호받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하였다  어린아이처럼 그녀의 뒤를 졸졸 따르고 있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을 때에는


더욱 그렇게 느껴졌다.


언젠가 수도원 피정을 함께 하고 돌아오던 차안에서 우리는 술 먹은 다음날 배가 아픈 현상에


대하여 대화를 나누었는데 그는 술 마신 후에 배가 아픈 현상은 자연스러운 증상이기 때문에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면서 예방을 위해서는 절주를 하여야 한다고 우리도 아는 단순한


처방을 내렸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의 몸에 반응하는 주요 바이러스 질환에 대하여 이야기하였다.


설사 및 장염을 일으키는 원인은 '로타 바이러스'이고 감기 및 호흡기 감염은 '리노 바이러스'이며


유행성 독감은 '인플엔자 바이러스'때문이며 단순포진 및 신경계 감염은 헤르페스 바이러스


때문이라고 했다.


그밖에 '엡스타인-바, 코사키, 아데노, 등...... 여러가지 바이러스의 종류에 대하여 의학적 용어와


함께 설명하였으나 잘 이해 되지는 않았다.


그해 겨울에 한창 유행하고있던 독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독감 예방접종을 받고 있던 때에 그의


병원에서도 예방접종을 실행중이라 말하면서 주사 비용을 세일한다는 이야기를 진지하게 하였을 때


그가 마치 연극 무대에 올려진 어울리지 않는 역을 맡은 배우처럼 어슬퍼 보였다.




그 당시 아파트 단지 내에서는 누군가 멀쩡한 차가 예리한 도구로 흠집을 내는  상식적으로이해가

 

되지 않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특히 값비싼 외제 차량만을 골라 의도적으로 차에 손상을 입히는 일이 야간에 일어나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 차량은 늘어 갔다.


주민들 원성으로 아파트 관리소 직원들은 사면초가 되었고, 그로인해 경비원들의 순찰이 강화되고


야간 매복조가 편성되는 등 경찰 수사를 방불케 하는 범인 색출 작전이 시작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의사인 그가 용의자로 지목되었다. 그가 저녁 늦은 시간에 타인의 차에 손상을


입히고 있던 현장을 경비원이 발견하게 된 것이었다.


그 일이 있은 후부터 그는 형제모임에 나오지 않았으나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그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를 알던 많은 사람들은 그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어려운 일을 접했을 때 상황을 뒤집어 보는 묘한 버릇이 있는 나는 그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싶어졌다.


그는 우리 교육이 추구하는 모범생으로 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항상 착실하고 반듯한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 속에 있었을 것이다. 자기와의 싸움에 끈을 놓지 않은 채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의사의 신분으로 카톨릭 신자로서 사람들의 주목과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야 했을 것이다.


또한 그와 함께 병원에서 사무장 일을 맡고있던 절도 있는 아내의 내조가 어느 때부터 부담감


으로 느끼게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내부에서 일고있던 팽팽한 긴장감의 균형이 깨지기 시작한 어느 때부터인가 그는 그것을 극복


하기 위한 탈출구가 필요했을 것이다.


자신의 내부에서 타협하고 절충하던 자아와 비자아의 싸움에서 자꾸 벌어져가던 괴리감을 유약한


그가 감당하기에는 삶의 무게가 너무 버거웠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오직 한 곳을 향하여 빠르게 회전을 하며 움직이는 물체에서는 방향과 속도를 감지할 수 없듯이


그는 바삐 살다가 불혹을 훌쩍 넘긴 중년의 나이에 자신을 돌아보며 공허감과 함께 잠시


현기증을 일으켰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심적 아픔이 시작되던 초기에는 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깊고 푸른 잠에 빠저 자신을 추수를 수


없는 혼돈으로 우울증에 시달렸을 것이다.




 

그 사건으로 인해 따거운 시선을 받던 그의 가족은 결국 이사를 가게 되었고 아파트 단지에서


그를 다시 만날 수 없게 되었다.


그가 떠난 후에도 우리들은 아무 일 없었던 듯 생활하고 있었지만 자신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가면과 진실로 감추어진 어두운  세상 속에  어두운 한 곳 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외곡된 우리의 교육을 비난하면서도 결과적으로 또하나의 잘못된 왕따문화를 바로 우리가 지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무리 중에 잠시 현기증으로 길을 잃었던 한 마리의 어린 양은 우리 안에 자리를 잡지 못하고


그렇게 떠나갔다.


하느님과 영적 교류를 가졌던 신앙심이 돈독한 문학적 재능을 소유한 누군가에 의해 쓰여진


성서 속에 소위 목자의 삶을 닮아보고자  공동체 안에 함께 모였던 우리는 생각과 행동이 다른

 

교회 밖 구조에 익숙한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우리의 삶의 방식은 선과 악의 줄 세우기 양극화로 나뉘어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일까?


매년 사순절이 돌아오면................


예수 그리스도께서 '누구 죄없는 사람이 있으면 이 여자를 돌로 쳐라'하고  말씀하시던 때에,


돌을 들진않았으나 대중 속 사람들의 모습에 여울져 침묵하던 다수(Silent Majority) 중에 있었던


무력했던 내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무거워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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