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동성당 게시판

한사람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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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석 [haein] 쪽지 캡슐

2002-06-21 ㅣ No.9168

이탈리아를 이기다니 참 꿈만 같습니다.

 

온 몸이 땀으로 번벅이 된 선수들은

볼을 몰고 골문을 향해 무아지경으로 질주하는 모습

전후좌우를 전광석화처럼 살핀 후

누가 어느곳에 있는지

내가 어디에 가 있어야 하는지 본능적으로 깨닫고

오로지 볼을 골문에 넣기위해 사자처럼 질주하는모습

사람의 모습이 그처럼 아름다울 수 있다니...........

 

몇일 전 해인이랑 캐나다 대사관을 갔다 돌아오는길에

전철 한 편에 앉아 있는 남자를 보았습니다.

전철 안 맞은 편에 앉은 그는

무슨 공부를 하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얼굴을 책에 묻고 밑줄을 그어가며 잠시도 한 눈을 팔지 않고

그야말로 공부의 무아지경에 빠진 듯 보였습니다.

 

나이는 사십을 넘어 거의 오십정도

무릎위에 올려진 서류가방과 그 위에 펼쳐진 책

책에다 밑줄을 그어가는 그의 고단한 손을 처연히 바라보며

저리도 사력을 다 해야 살아갈 수 있는 세상살이가

새삼 서글프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구부리고 열심히 공부를 하던 그가

허리를 쭉 펴고 고개를 들었습니다.

무언가 열심히 하는자의 얼굴은 빛이 나는데...

그사람의 얼굴은 피곤이 누적되어 까칠했지만

그래도 훤하고도 어쩐지 여유가 있어보였습니다.

 

고개를 든 그사람은 잠시 쉬지도 아니하고

보던 책을 눈 높이로 세웠습니다.

마침 잘 되었다고 얼른 책 제목을 보니

[하모니카 교본]^^

 

그 순간 그 사람이

흰머리가 희끗하게 솟아나기 시작한 그 남자가

말할 수 없이 귀엽게 보이면서

그로인하여 갑자기 세상살이가 즐거워지고

모든 근심이 일시에 사라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는 이제 입을 오무려 하모니카 연습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앵무새처럼 귀여운(?) 입을 오무려 소리내지 않으려 애를 쓰면서

요리조리 책에 적힌 대로 열심히 열심히 연습을 하는 모양이었습니다......

 

일생동안 자신이 전공하는 한가지 일에 몰두해서

환희에 넘쳐서 신명나게 사는 사람의 모습은 아름답습니다.

 

인생의 중반을 넘어서 아니 후반을 넘어서도

새롭게 무언가 시작을 하고

그 일에 몰두해서 신명을 다 바치는 사람의 모습 또한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을 좀더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겠다고 다짐을 해 봅니다.

 

참으로 자신의 일에 몰두해서 최서을 다하는 모습은

하느님이 보시기에도 아름다울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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