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원동성당 게시판

무소유의 삶을 사는 철학자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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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해 [yhrhim] 쪽지 캡슐

2000-01-24 ㅣ No.1000

어제, 비정상적인 사람들이 나와 한심한 소리들만 하고 있는

주말연속극을 과감히 멀리하고 돌린 TV 채널에서 본 프로그램은...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고 있는 거리의 수행자, 독일인 피터씨의

다큐멘터리였습니다.

 

삶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만 먹고,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은채

살아가는 이 철학자의 누더기 외투와 모자는 퀼트하는 사람들이 속칭

일컫는 ’크레이지 퀼트’ 작품 그 자체이더군요.

 

그가 양지바른 곳에 앉아 실과 바늘을 꺼내들고 헤진 옷을 깁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멀쩡한 천들을 조각조각 잘라 작품이랍시고

만들고, 평생 다 쓰지도 못할 천들을 사다 쌓아놓고 있는 제모습이

갑자기 부끄러워졌습니다.

 

주변을 돌아봅니다. 많지도 않은 우리 식구가 사는 이 집이 갑자기 너무

넓어보이고, 별로 필요에 닿지도 않은 물건들이 너무도 많이 먼지를

뒤집어 쓴채 나를 비웃고 있는 듯...

소유욕과 욕심에 짓눌려 살고 있다는 걸 또 깜빡 잊고 있었군요.

이사하며 짐 쌀 때, 쓰레기 버릴 때는 가끔 생각하지만요.

 

조금 덜 먹고, 조금 덜 가지고, 조금 덜 욕심내고, 조금 더 베풀자고

새천년을 시작하면서 갑자기 제 자신을 돌아보며 생각하게 해준

시간이었습니다.

 

아네스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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