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음동성당 게시판

외딴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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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학남 [obbji] 쪽지 캡슐

2003-05-26 ㅣ No.2415

1) 외딴 마을의 빈 집이 되고싶다 - 이해인 -

 

나는 문득,외딴 마을의 빈 집이 되고싶다.

누군가 이사오길 기다리며

오랫동안 향기를 묵혀둔

쓸쓸하지만 즐거운 빈 집.

깔끔하고 단정해도 까다롭지 않아 넉넉하고

하늘과 별이 잘 보이는 한 채의 빈 집.

어느날, 문을 열고 들어올 주인이

’음, 마음에 드는데…’ 하고 나직이 속삭이며

미소 지어 줄 깨끗하고 아름다운

빈 집이 되고싶다.

 

 

(2) 기도

 

서산에 저녁놀이 지고 있사오니 주여,

이 밤을 우리와 함께 계시옵소서.

내 모든 날에 행여 어둠이 짙어오거든

내 인생이 어둠 속에서 방황하게 되거든,

이 세상이 어둠 속에서 헤어나지 못할 때

우리와 함께, 그리고 모든 이와 함께 계셔 주시옵소서.

 

당신의 은혜와 자비하심으로

당신의 말씀과 성사로,

당신의 위로와 축복으로 우리 안에 머므르옵소서.

우리에게 두려움과 슬픔의 밤이 덮칠 때.

유혹과 불신의 밤이 밀려올 때.

비참한 죽음의 쓰디쓴 밤이 다가올 때.

우리와 함께 하여 주시옵소서.

지금도 그리고 영원히,

당신의 자녀들과 우리 모두에게 함께 해 주시옵소서. 아멘

 

 

(3) 누군가 저의 삶을 보고 불편해 한다면

 

주님, 안락만을 추구하는 이들이 저의 삶을 보고

무언가 불편함을 느낀다면 찬미 받으십시오.

세상을 거슬러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가 보여주고 있다는 표시이니까요.

 

세상 사람들이 당신을 향한 저의 열정을 보고

믿고 있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주님 찬미 받으십시오.

그러나 만약 세상 사람들이 저를 보고 전혀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면

주님 제가 무얼 잘못하고 있는지 반성하게 해 주십시오.

그들이 저를 형제라 부르며 기꺼이 맞아들이고 저를 대우해 준다면

주님,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제가 고독함을 참지 못해 그들과 타협하고 있다는 표시이니까요.

 

그들을 구원하고 그들에게 회개하라고 선포하게 파견하신 주님,

 제가 언제 어디서나 주님의 사신임을 잊지 않게 해 주십시오.

매끈한 말과 과장된 행동으로 주님을 전하지 않고

투명하고 진실한 말 살아있는 행동으로

복음을 선포하게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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