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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 특강 - 가난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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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학남 [obbji] 쪽지 캡슐

2004-07-16 ㅣ No.3461



◀ 가난한 삶 ▶


신앙생활은 끝없는 복습이다. 신앙생활에는 예습이 없다.
하루하루 정진하고 익히는 복습이다. 영적인 체험은 복습의 과정을 통해서 얻어진다.
종교적인 체험이란 하루하루 비슷하게 되풀이되는 복습의 과정을 통해서 얻어진다.
복습은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어제의 정진은 어제로써 끝나고, 오늘은 오늘대로 새로운 시작이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사바세계'라고 한다. '사바세계'가 무슨 뜻인가?
참고 견디어 나가는 세상이란 뜻이다.
참고 견디면서 살아가는 세상이기 때문에 거기에 삶의 묘미가 있다.
모든 것이 우리 뜻대로 된다면 좋을 것 같지만,
그렇게 되면 삶의 묘미는 사라진다.



'보왕삼매론'은 말하고 있다.
몸에 병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다.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기를 "병고로서 양약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병을 앓을 때 신음만 하지말고, 그 병의 의미를 터득하라는 말이다.
몸이 건강했을 때 생각해보지 못했든 일들을 병을 앓을 때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내가 하루 하루를 어떻게 살아왔는가? 내게 주어진 인생을 어떻게 살아왔는가?
나는 얼마나 충만하게 살아왔는가?
스스로 자기 성찰을 할 수 있는 계기로 삼으라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얼마나 허약한가?
옛날, 농사를 지으며 흙을 딛고 살든 시절에는 흙으로부터 많은 기운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흙의 교훈을 몸소 익힐 수가 있었다. 그래서 그렇게 허약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가진 것도 많고, 아는 것도 많으며
여러 가지 편리한 시설 속에 살고 있는데 체력과 의지력은 자꾸 떨어진다.
그것은 흙으로부터 멀어지기 때문이다.
대지로부터 멀어지기 때문에 허약해지는 것이다.



이 세상을 고해라고 하지 않는가, 고통의 바다라고,
사바세계가 바로 그 뜻이다. 우리가 이 고해의 세상,
사바세계를 살아가면서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리기만을 바랄 수는 없다.
어려운 일이 생기게 마련이다.
어떤 집안을 놓고 보드라도 밝을 면도 있고, 어두운 면도 있다.
삶의 곤란이 없으면 자만심이 넘치게 된다.
잘난 체하고 남의 어려운 사정을 모르게 되고 마음이 사치해진다.
그래서 보왕삼매론은 세상살이에 곤란 없기를 바라지 말라고 일깨우고 있다.
또한 근심과 곤란으로서 세상을 살아가라고 말한다.
자신의 근심과 걱정을 밖에서 오는 귀찮은 것으로 생각하지 말아야한다.
그것을 삶의 과정으로 숙제로 생각해야 한다.
자신에게 어떤 걱정과 근심거리가 있다면
회피해서는 안되고 그걸 딛고 일어서야 한다.
어떤 의미가 있는가? 왜 이런 불행이 닥치는가?
이것을 안으로 살피고 딛고 일어서야 한다.



사람은 누구든지 이 세상에 나올 때에 남이 넘겨다 볼 수 없는 짐을 지고 있다.
그것이 그의 인생이다.
따라서 세상살이에 어려움이 있다고 회피해서는 안 된다.
그 어려움을 통해서 그걸 딛고 일어서라는 우주의 소식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성인이 말씀하기를 장애 속에서 해탈을 얻으라고 했다.
장애가 없는 건 어디에도 없다. 한평생 세상을 살다보면 무수한 장애물이 있다.
우리가 오늘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장애물을 헤치고 왔는가,
그러므로 인생이란 일종의 장애물 경주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그러한 경주이다.
해탈이란 무엇인가?
그런 장애물을 넘어서 안으로나 밖으로나 자유로워진 상태,
안팎으로 홀가분해진 상태, 이것을 해탈이라 부른다.
그러니 장애라는 것은 해탈에 이르는 디딤돌이요, 그 발판이다.
그와 같은 장애가 없으면 해탈도 있을 수 없다.



또 성인은 말씀하기를 작은 이익으로써 부자가 되라고 하셨다.
작은 것으로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행복의 비결은 결코 크고 많은데 있지 않다.
오늘날 우리 현실은 어떠한가? 모두가 입만 열면 경제 타령만 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삶은 경제만이 전부가 아니다. 우리는 지금 너무 그런 일에만 치우쳐있다.
오늘날 경제가 어려운 것은 일찍이 우리가 큰그릇을 만들어 놓지 않고,
욕심껏 담기만 하려고 한 결과이다. 이 불황은 우리들 마음이 그만큼 빈약하다는 증거이다.
그릇을 키우려면 눈앞에 이익에 매달리지 말고 마음을 닦아야 한다.
개체를 넘어서 전체를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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