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동(구 미아3동)성당 게시판

'지란지교를 꿈꾸며'

인쇄

한주영 [Serina99] 쪽지 캡슐

2000-11-17 ㅣ No.5315

지란지교를 꿈꾸며 / 유안진

 

 

 저녁을 먹고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 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 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

 비 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을 친구,

 밤 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놓고 보일 수 있고,

 악의 없이 남의 이야기를 주고 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는 친구.

 사람이 자기 아내나 남편, 제 형제나 제 자식하고만

사랑을 나눈다면 어찌 행복해질수 있으랴.

영원이 없을수록 영원을 꿈꾸도록

 서로 돕는 영원한 친구가 필요 하리라.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좋고, 동갑이거나 적어도 좋다.  

다만 그의 인물이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은하며, 깊고 신선하며,

 예술과 인생을 소중히 여길만큼 성숙한 사람이면 된다.

  때론 약간의 변덕과 괜한 흥분에도

적절히 맞장을 쳐주고 나서 얼마의 시간이 지나

 내가 평온해 지거든 부드럽고 세련된 충고를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많은 사람을 사랑하고 싶진 않다.

 많은 사람과 사귀기도 원치 않는다.

 나의 일생에 한 두 사람과 끊어지지 않는 아름답고 향기로운 인연으로

죽기까지 계속 되길 바란다.

 나는 때때로 맛있는 것을 내가 더 먹고 싶을 테고  

내가 더 예뻐 보이기를 바라겠지만

 금방 그 마음을 지울 줄도 알 것이다.

  때로는 얼음 풀리는 냇물이나 가을 갈대 숲 기러기 울음을

친구보다 더 좋아할 수 있겠으나

 결국은 우정을 제일로 여길것이다.

우리는 흰 눈속 침대같은 기상을 지녔으나

 들꽃처럼 나약할 수도 있고 아첨같은 양보는 싫지만

이따금 밑지며 사는 아량을 갖기를 바란다.

  우리가 항상 지혜롭지 못하더라도

곤란을 벗어나려고 진실일지라도 타인을 팔지 않을 것이다.

 오해받더라도

 묵묵할 수 있는 어리석음과 배짱을 지니기를 바란다.

 우리의 외모가 아름답진 않다해도,

 우리의 향기만은 아름답게 지니리라.

우리에겐 다시 젊어질수 있는 추억이 있으나

늙는 일에 초조하지 않을 웃음도 만들어 낼 것이다.

우리는 눈물을 사랑하되 헤푸진 않게,

 냉면을 먹을 때는 농부처럼 먹을 줄 알며,

 스테이크를 자를 때는 여왕처럼 품의있게

군밤을 아이처럼 까먹고

차를 마실때는 백작보다 우아해지리라.

우리는 누구도 미워하지 않으며, 특별히 한 두 사람을 사랑한다 하여

 많은 사람을 싫어하지 않으리라.

  우리의 손이 비록 작고 여리나 서로 버티어주는 기둥이 될것이며,

 서로를 살펴주는 불빛이 되리라.

 

 



49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