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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효순 [eq99] 쪽지 캡슐

1999-11-21 ㅣ No.843

지금의 기분을 누구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았고 들키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니 일시적 기분이 아닌가 싶어 조심스러웠습니다. - 미리내 성지에서. 얼마 전 10단지 성지 순례를 다녀왔습니다. 성모의 7곡에서- 아들이 십자가를 짊어지고 몇 번이고 쓰러지는 모습을 지켜보시는 성모님. 쓰러진 아들을 안고 싶어도 피고름이 범벅이 된 몸이 아플까봐 안지 못하는 성모님. 아들이 죽은 후에야 비로소 시신을 꼬옥 안아보시는 성모님의 그 애절한 마음-- 전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성모신심의 길이 저에게 요원하게만 느껴졌었습니다. 그리고 한 동안 그것이 저의 화두였습니다. 그런데 참 간단했습니다. 우리들의 어머니, 내 어머니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자식을 낳아 길렀으며 자식이 잘 되길 기원하는 그런 평범한 어머니였습니다. 그런 어머닌 분신과 같은 아들의 수난과 죽음을 속절없이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그 어머니의 처절한 아픔을 어떻게 형언해야 할까요? 그런 어머니를 제 가슴에 수용하기가 왜 그렇게 어려웠을까요? 내 안에서 두 가지의 마음이 공존했었습니다. 하나는 내 본연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자 하는 본능이 내 안에서 자리잡았었고, 다른 하나는 그것을 깨고 나와 살아있음을, 생명체임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또 다른 내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생명을 가진 자는 한 세계에 안주하지 않는다죠? 전 후자의 마음을 택했습니다. 생명을 가진 자가 바로 나임을 깨닫게 되었지요. 오늘 너무 기쁩니다. 성모님을 만나뵈서요. 그리고 두렵습니다. 이 마음을 잃어 버릴까봐서요. 조심스럽게 이 글을 올립니다. (저 같은 사람을 위해서) 조 자네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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