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십리성당 게시판

장안동에 처음 갔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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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하 [domini0727] 쪽지 캡슐

2005-06-12 ㅣ No.3506

답십리출신 신자들은 마치 꿔다 놓은 보리자루들 같았다.

 

성당마당 나무 그늘 밑에 옹기종기 모여 있기는 했으나 마치 남의성당에 온 손님처럼 잔뜩 주눅이 든 표정들이었다. 뿔뿔이 들어가기가 어색해서 였을까 10시반 교중미사에 참례한 답십리성당 출신 신자들이 마치 한사람이라도 답십리 사람들이 더 와주었으면 하는 눈빛으로 입구쪽을 바라보며 서 있다가 성당문을 들어서는 우리 내외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전부터 안면 터놓고 지내는 장안동의 전임 총회장이며, 평소 친하게 지냈던 장안동성당 고참신자 몇사람이 내게 아는 체를 했지만 기분은 별로 즐겁지 않았다.

 

미사예절 방식이야 어느나라 어느 성당을 간들 같은 것이지만 우선 자비송부터 다른 곡조가 나오고 주의 기도며 거룩하시다 등은 틀린것도 있고 같은 것도 있고.....그런 것쯤은 이미 여러 성당에 미사참례를 해봤으니 그러려니 하는 것이지만 뭔가 못마땅한 것 같은 묘한 분심 때문에 좀체로 미사에 정신 집중이 안되는 것이었다.

 

공지사항을 알리는 시간에 주임신부님 허락을 받아, 사목회 재정분과장인지 누군지는 자세히 모르겠으나 강대에 올라가서 5월달 재정보고를 하는데

"성전 짓는 데(현재의 건물 뒷쪽) 적자가 많다. 우리 장안동 미사에 나오는 사람들이 약 2천명이 되는 데 지난달 총수입금(교무금과 주일헌금)이 5천만원 밖에 안되니 신자 한사람이 월평균 2천5백원을 내는 셈인데 당연히 적자가 날 수 밖에 없다"는 소리를 하기에 내 속으로

'나처럼 처음 온 사람들도 있는데 하필 첫인사부터 돈타령인감? 저 친구가 왜 저래? 계산도 제대로 할 줄을 모르잖아? 5천만원을 2천명이 냈는데 어째서 한사람이 2천 5백원이야? 한사람이 평균 2만5천원씩은 냈다는 얘긴데....계산도 할 줄 모르면서 야. 제발좀 짧게 끝내고 내려와라. 여기저기 성당을 분가 내서 짓는다면서 본성당 증축은 왜 또 하는 거야? 분가 시킬 성당에나 보탤 생각을 해야하는 것 아닌감?"하는 생각을 하며 계속 내 속이 시큰둥했었다.

겨우 꾹꾹 눌러 참고서 미사를 끝내고 나와, 답십리에서 온 사람들과 모여서 얘기를 하고 있는데 최종계 회장이 "답십리에서 새로 오신 분들은 저기 가서 차나 한잔 하고 가시죠" 하며 답십리에서 간 이 시메온. 이비오. 최 사도요한 등 무려 15,6명이 따라 들어 가기에 나도 들어갔더니 장안동 현 총회장이라는 친구(개인적으로는 아는 사람임)가 3지역 구역장이라는 사람을 데려와서 우리들에게 인사소개를 시키는 것이었다.

그냥 상견례 인사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촬영소 고개를 내려오는 길, 장평교 가는 길을 기준으로 저쪽으로가 3지역이고 그쪽에 성당이 새로 생기는데 이번에 3구역장으로 임명되신 000형제(이름은 기억 안남) 십니다"하며 총회장이란 사람이 소개 하니까 구역장이란 사람이

"안녕하십니까? 3구역 구역장입니다. 답십리에서 오신 교우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하면서 일장연설을 하는게 아닌가!

내 속이 끓기 시작했다.

짧게만, 그냥 인사말만 했으면 그래도 내가 첫날이라서 참았을 것이다.

그런데 마치 제가 뭐라도 되는 듯이

"이미 반장과 구역장님들이 임명되어 있어서 그분들이 앞으로 여러분을 찾아뵐 테니..." 어쩌구 하는데는 더는 가만 있을 수가 없었다. 그사람 말이 끝나자마자

"저도 얘기 좀 합시다!" 하고 나는 손을 들었다.

 

"저희들 답십리 신자들이 이곳으로 오고싶어서 온 사람은 여기에 한 사람도 없습니다. 다만 순명정신으로 교구지시에 순응해서 온 것일 뿐입니다. 답십리성당 출신들 수준에 장안동성당 사람들의 수준이 맞을지 모르겠네요,(요 부분은 완전히 의도적으로 내가 불쾌감을 표시해서 말한 것이다)

아까 미사끝에 어떤 분이 재정보고를 하는데 5천만원을 2천명이 냈으면 평균해서 2만5천원을 낸 셈인데 2천5백원 냈다고 하더군요? 물론 실수겠지만.........(요 정도로 똑똑한 이들이 왔다는 걸 말해주고 싶었다).

 

저 좀 물어 봅시다. 모든 단체는 다 해산해서 없앴다고 하면서 구역장 반장은 다 임명을 해놓고 답십리에 온 사람들을 맞이하는 이유가 뭡니까?(듣자하니 5월말에 서둘러 했단다) 답십리에서 온 신자들을 마치 장안동 구역조직에 흡수합병하듯이 하는 게 말이 됩니까? 처음부터 위화감 느끼게 하지마세요. 앞으로 힘을 합쳐서 성당도 하나 지어야 한다면서요?........" 더 쏘아 주고 싶었는데 전부터 아는 최종계  단장이

"우리가 처음부터 시비하자고 모인 모임도 아닌데..."하며 말을 끊고 들어 오기에 내친 김에 얼씨구나 하고 말꼬리를 잡을까 하다가

"최단장이 내 말뜻을 곡해하시는 모양인데 나 역시도 시비하자는 게 아니라 같이 협조해서 잘 좀 하자는 뜻이다" 라고 더 이상은 자제를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그쯤에서 억지로 참고 봉합을 해버렸지만 지금도 내 마음은 그게 아니다.

 

나중에 들으니까 지난 주일에 환영식을 했다는데 나는 그날 사정이 있어 답십리에서 토요특전미사를 드리고 태안을 가서 참석을 못했는데 그때도 주임신부님은 모습을 안 보이고 총회장과 구역장이 나와서 이미 자기네들이 정해 놓은 반에 답십리 신자들이 들어가서 일단 9월에 새 신부님 오시면 그때 사목회를 구성하고....어쩌고 하더라는데 그날 내가 참석했어도 오늘과 같은 계산착오 정도는 그냥 눈감아 줬을지 모르겠지만 마치 흡수합병하는 것 같은 그런 텃새같은 자세는 분명히 한방 단단하게 먹였을 것이다.

 

답십리신자가 장안동으로 가는 것은 장안동신자가 답십리로 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란 걸 왜 저들이 모르고 주인행세를 하듯이 저러느냐는 말이다.

 

장안동 주임신부님께서도 그 점 만큼은 확실히 하셔야 한다. 

우리는 교구 명에 의해 새 본당을 만드는 준비요원 각오로 나온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단순한 교적 이전 정도로 취급을 해서 흡수합병하듯이 해서는 도리가 아닐 뿐만이 아니라 그로 인해 소외감을 느끼게 될 것이 분명하다.

결국은 답십리출신들이 반발을 하거나(그러지는 않아야겠지만) 또는 새본당 건축에 관한 열의에 찬물을 끼얹게 하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음을 신부님께서 결코 간과해서는 바른 사목활동이라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문제는 답십리 본당 원 신부님께서 장안동 주임 신부님을 만나셔서 보다 구체적인 협의를 통해 답십리에서 간 신자들, 즉 전 단체장, 구역장 반장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해주셔야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엄격히 따지면 장안동 1,3동 지역에 거주하는 장안동성당과 답십리성당 신자들이 동업으로 성당을 하나 세우는 것인데 왜 장안동 신자들이 주인행세를 하려드느냐 이 말이다.

동업계약은 처음부터 공평하게 해야 한다.

설령 계약서를 쓰는 일을(설립절차를) 장안동 본당에서 한다 하드라도 답십리 신자들이 계약서를 쓸 줄 몰라서 못쓰는게 아니라 교구장님 지시에  따라 그쪽에서 쓰는 것인데 그런다고 이런 식으로 흡수합병식 동업계약서를 써놓고 나서 도장을 찍으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것이다.

 

답십리본당의 장안동 구역모임 조직(10구역 11구역)을 당분간 유지하면서 장안동성당의 신부님이나 수녀님 그리고 총회장이 장안동본당의 해당구역 신자들을 모시고 와서 직접 소공동체 모임을 함께 해 보시고, 또 장안동 본당의 기존 구역모임에 해당지역내 거주 답십리신자들이 참석하면서 어느 모임이 보다 더 활성화 되어있는지를 사심없이 판단하여 더욱 활성화된 소공동체를 살리는 식으로 서서히 하나씩 합병을 하는 그런 방식을 취함이 옳을 듯하다.

물론 나보다는 사목을 하시는 두분 신부님이 더 잘 아셔서 좋은 방도를 찾으시겠지만 지금식으로 사제가 아닌 신자들이 나서서(물론 신부님 재가야 받겠지만) 하는 방법은 효율적이지 못하고 또한 옳지도 않다. 

 

어쨌든 정든 집을 떠나니 앞으로 갈 길이 험하다.

힘들게 계속 이 길을 가야만 하는 걸까?

정말로 가야만 하는 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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