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곡동성당 게시판

이미 혼자일 수 없는 나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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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근수 [seopius] 쪽지 캡슐

1999-11-04 ㅣ No.334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

 

메를로 퐁티 라는 철학자가 있다.

그는 인간의 몸에 대해서 새롭게 해석한다.

나와 타인과의 구별을 지어주는 것이 몸이며

나의 한계를 지워주며, 또한 나의 가능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세상에 내어 놓아져 있는 몸은 이미 누군가의 오관에 묶여 있음과

동시에 또 다른 몸을 받아 들이는 출구가 된다.

 

보통 인간은 이성을 이야기 하며 그것에 우위를 두지만

몸은 묵묵히 자신을 드러낸다. 그리고 정신과 몸은 제일 가까운

것처럼 있지만 그 무엇보다 제일 멀게만 느껴진다.

 

이성의 언어로는 수 없이 절망하거나 포기할 수 있지만

아침에 드러나는 생명의 몸짓은 나와 나를 벗어나 있는 누군가에게 있어서

주어져 있는 희망이다.

 

’있다는 것’, ’존재한다는 것’

그것은 나의 판단이전에 세상에 드러나와 있고

이미 세상은 나의 몸과 함께 그려지는 그림일 것이다.

 

’할까 말까’ 생각이전에 몸은 움지이고 있다.

한 폭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하느님의 붓은 나의 몸속에

나의 기호로는 이해하지 못 할 감당하지 못 할

생명의 씨앗을 그려 넣고 이해 이전에, 수용이전에,

그 붓가에 작은 손의 떨림을 전해 온다.

 

이미 혼자일 수 없는 그분의 흔적에

만물을 잉태하고 있는 태초의 혼돈의 기운을

느낀다. 창공의 놓은 기운과 풍만한 대지의 여신은

한 그루의 나무가 되어 함께 있는 모든 것과

하나로 호흡하도록 한다.

 

숨쉬고 있는 내가 이미 홀로가 아님을 불현듯 전율하며...

적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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