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주님 공현 대축일 후 화요일 ’21.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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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2-01-02 ㅣ No.4890

주님 공현 대축일 후 화요일 ’21.01.04

 

언젠가 돌아가신 김 추기경님께서 형님 신부님에게, “굶으면 굶었지 하기 싫은 일은 안 하겠다.”라고 하셨더니, 그 형님 신부님께서, “너도 한번 배고파 봐라!”라고 답하셨다고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어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시면서 첫 번째로 아픈 사람들을 다 고쳐 주시고, 오늘은 예수님을 따르는 군중들을 배불러 먹이십니다. 처음에는 예수님께서 많은 군중을 보시고, “그들이 목자 없는 양들 같”(마르 6,34)아서 가엾은 마음이 드”(34)십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34)십니다.

 

그런데 어느덧 시간이 지나 어두워집니다. 그러자 제자들이 예수님께 말합니다. “여기는 외딴곳이고 시간도 이미 늦었습니다. 그러니 저들을 돌려보내시어, 주변 촌락이나 마을로 가서 스스로 먹을 것을 사게 하십시오.”(35-36)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배고파하는 백성들을 대하시는 자세가 제자들과 사뭇 다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37) 하고 이르십니다. 그러자 제자들이 그러면 저희가 가서 빵을 이백 데나리온어치나 사다가 그들을 먹이라는 말씀입니까?”(37) 하고 반문합니다. 제자들은 나름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제안을 드렸는데, 예수님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십니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러저러한 설명을 하시기보다 예수님의 일을 진행하십니다. “너희에게 빵이 몇 개나 있느냐? 가서 보아라.”(38) 그러자 제자들이 돌아와서 빵 다섯 개, 그리고 물고기 두 마리가 있습니다.”(38) 하고 대답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모두 푸른 풀밭에 한 무리씩 어울려 자리 잡게 하시고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손에 들고 하늘을 우러러 찬미를 드리신 다음 빵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며,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도록 하셨다. 물고기 두 마리도 모든 사람에게 나누어 주셨다.”(41)

 

마르코 복음사가는 사람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다. 그리고 남은 빵 조각과 물고기를 모으니 열두 광주리에 가득 찼다. 빵을 먹은 사람은 장정만도 오천 명이었다.”(42-44)라고 전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이런 질문을 던져 볼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냥 무에서 유를 창조하시면 되는데, 제자들에게 왜 빵이 몇 개나 있느냐고 물으셨을까? 또 만일 처음에 드러나지 않았던 먹을 것을 밝히지 않았다면, 그리고 끝까지 감춰두고 있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예수님께서는 아무런 노력이나 봉헌이 없는 상황에서 그냥 하늘에서 공짜로 떨어지는 감을 주시려고 하지 않으시는가 봅니다.

 

그런 면에서 오늘 기적 이야기를 보자면, 예수님께서는 아무리 적은 노력이라도, 아무리 작은 정성이라도 우리가 주님께 진심으로 성실히 바치는 기도와 정성을 즐겨 받으시고, 그것을 통해 우리에게 새로운 기적을, 몇 곱절의 기적을 일으켜 주십니다. 주님을 따르는 우리의 노력이 정성스럽고 진실하기를 다시 한번 다짐해 봅니다. 그리고 우리의 미소한 노력과 정성을 받아 주시고, 주님 나라의 영광을 이 땅에 드러내는 데 써주시기를 간구하며 우리의 오늘을 봉헌하기로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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