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동성당 게시판

김택암 신부님 환송시

인쇄

임용학 [yhim] 쪽지 캡슐

2000-09-18 ㅣ No.5096

- 님 가시는 길에 -         박철용 베드로(사목회 전례분과장)

 

님께서

길을 나서신다구요.

님이

길을 떠나신다죠

 

우리 눈에 보이는 길에선 정녕 가시는 것이지만

님께서 일러주신 마음의 행로(行路)에는 더 안으로 더 속으로 들어섬인데

 

어떤 이는 아쉬움에 있고

어떤 이는 또 다른 만남에 가슴 설레게 하는 기묘한 이별임이여

 

님의 머리에 다섯 주름 새겨

남한산성의 들꽃과 구름과 공기

그리고 하늘을 창조주로부터 얻어 우리에게 주시더니

이젠 저아래의 개울을 찾아 주시려 가시는 님이시여

 

참새가 봉황의 뜻을 알지 못하듯

속 좁은 이의 어리석음도 님이여 지우소서

 

열 길 물 속 알아도

한 길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을 만나며

이 생각, 저 의견, 모양, 행동 ..... 각기 달라

달랐던 추억도 버리소서

 

과거도 미래도 환상이며

현재만이 사실인 오늘

님이여

무거운 짐 버리시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그 길 떠나시옵소서

 

어떤 이는 난공불락이고

어떤 이는 약속의 땅으로 보였던 가나안을 바라보며

손에 손잡고 가슴에 가슴을 대며

님이시여

우리가 흔드는 손짓을 받아 주소서

 

님이시여

참목자의 영원한 순례길에

잠시 동반자였음에 감사드리며

 

님이여

건강의 주인 되시옵고

평화의 종(鐘) 되시어

먼 이 곳에서

늘 종소리 듣는 이 있음을 기억하소서

님이시여!



71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